그동안 힘겨웠던 노력 덕분인지 나는 체력이 좋아졌고 시도 때도 없이 무거워졌던 내 눈꺼풀을 어느 정도 견딜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쉽게 잠에 들지 않으면서 그 반대로 흑막들은 괴로워했다. 내가 깨어 있는 동안은 꼼짝없이 나를 감시하고 있어야 했고 나는 흑막들을 괴롭히려 끊임없이 울었다. 우는 것은 흑막들을 괴롭게 할 수도 있었지만 나의 주장을 흑막들에게 요구하는 강력한 수단이자 유일한 방법이었다. 울음을 터트림으로써 흑막들은 나의 기저귀를 갈거나 나에게 음료를 대령해야 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다 보니 흑막들도 점점 지쳐갔다.
어느 날 여흑막이 남흑막에게 지시를 내렸다. 남흑막은 여흑막의 지시를 듣고 나를 씻기던 방으로 신속히 들어갔다. 그 방에서 "쏴~"하는 물소리가 들려왔다. '남흑막이 씻으려고 그러나? 저곳은 나만 씻었는데 신기하네.'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남흑막은 옷을 그대로 입고 들어갔기에 씻는 건 아니었다. 시간이 흐르고 남흑막은 물기 하나 없이 그 방에서 나와 여흑막에게 말을 했다. "준비됐어." 여흑막은 그 말을 듣고는 갑자기 나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고 깨끗한 기저귀도 벗겨버렸다. '지금은 내가 씻을 시간이 아닌데 무슨 일이지?' 나는 뜻밖에 일에 당황했다.
내가 당황하건 말건 여흑막은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의 모습인 나를 물소리가 나는 방으로 데리고 갔다. 그리곤 언제 준비했는지 투명하고 둥그런 물체를 나의 목에 걸기 시작했다. 평생 목에 무언가를 걸쳐보지도 않았던 내가 목을 조여 오는 물체에 나는 두려움에 휩싸였다. "응애응애" 내가 울음을 터트렸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바둥거림은 남흑막에게 막혀버렸고 여흑막은 묵묵히 나의 목에 그 물체를 결국 걸었다. 그 물체로 인해 나의 포동포동한 볼살이 한껏 치켜 올라가 얼굴이 이상하게 구겨졌고 내 기분도 같이 구겨져버렸다.
흑막들의 괴롭힘은 그것에서 그치지 않고 나를 물이 담겨 있는 곳에 넣어 버렸다. 갑자기 물속으로 들어온 나는 당황해서 바둥거렸다. 잠시 시간이 지나 어느 정도 당황스러움이 사라지자 나는 현재 상황을 인지할 수 있었다. 먼저 내가 들어온 물은 세상에 나오기 전 갇혀있었던 곳의 물과 비슷하게 따뜻했다. 하지만 그곳과 다른 점이 있다면 지금은 머리가 물속에 잠기지 않았다. 그것을 막아주는 것은 이 안으로 들어오기 전 흑막들이 나의 목에 걸었던 물체 때문이었다. 그것은 물 위를 둥둥 떴고 그 물체에 내 머리가 걸려 나도 물에 뜰 수 있었다.
처음엔 마냥 이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물에서 허우적거렸다. 하다 보니 왠지 처음 갇혔던 곳의 편안함이 느껴져 팔을 천천히 저었다. '이거 은근히 재밌는데?' 난 다리도 저어보았다. 평소 물 밖에서는 힘들었던 동작들이 물속에선 쉽게 되었다. 또한 내일 눕거나 엎드려있던 내가 마치 흑막들처럼 서 있을 수도 있었다. '내가 설 수 있다고?' 난 신이 나 팔다리를 힘껏 움직였다. "첨벙첨벙" "딸랑딸랑" 내 목에 걸려 있던 물체 안에 무언가 들어 있는지 나를 축하해 주듯 듣기 좋은 맑은 소리가 났다.
흑막들은 나를 괴롭히려고 했으나 그 의도와 달리 난 오히려 재밌었다. 난 신이 나 더 놀려고 했으나 흑막들은 이런 내가 괘씸했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나를 그곳에서 꺼내 방 밖으로 나왔다. '니들 생각대로 안되지?' 난 흑막들을 비웃었다. 흑막들은 나의 몸의 물기를 닦아내고는 매일 바르던 것들을 바른 다음 옷을 입혔다. 그 후 내가 울기도 전에 흑막들이 알아서 음료를 먹였다. 나는 운동을 해서 그런지 배가 고파 중독적인 음료를 더 힘차게 마셨다.
나는 승리감에 취해 배부르게 먹고 힘차게 트림도 했다. 그런데 갑자기 내 몸이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몸이 노곤노곤 나른해지고 힘이 없어졌다. 눈꺼풀도 평소와 달리 한없이 무거워져 눈을 뜨고 있기 너무 힘들었다. '이게 바로 흑막들이 노린 것이었어. 안돼 오늘 흑막들을 더 괴롭혀야 한다고.' 조금 전 비웃었던 나는 쓰디쓴 패배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두고 보자. 다음엔 이렇게 당하지 않겠어.' 끝까지 버티던 난 결국 눈꺼풀의 무게에 지고 말았다. "색색" 눈을 감기 전 흑막들의 비열한 미소가 보이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