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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아니?

by 강아

특별한 일정은 없지만 연차를 낸 날, 하루 회사를 안 가면서 백수의 삶을 체험하기로 했다. 이제 회사 다닌 지 10년이 되었는데 연차마다 '회사 그만두고 싶다..'라는 마음이 있었지만 최근에 안 맞는 상사가 보스로 오면서 원래도 월요일 전날밤엔 악몽을 꾸는데 역시나 얕은 수면으로 자다 깨다 아침을 맞았다. 연차를 냈는데도 말이다.


세상엔 가족과 연인 빼고는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라 생각하면 이렇게 과몰입 안 해도 될 거 같은데, 나는 아무리 회사를 다녀도 각각의 개성과 스타일을 무방비하게 맞이해야 하는 회사가 버겁다. 전혀 재밌지도 않고 누가 해도 그만큼 퍼포먼스를 할 수 있는 일을 매일 8시간씩 끓이고 있어야 있어야 하는 것도 지끈지끈하다. 같은 반복이라도 오케스트라에 들어가서 같은 곡을 천 번 연습하는 건 할 수 있을 거 같다. 그럼 다 같이 연주를 잘했다는 결과가 나오지만 이 업무를 한다고 해서 내가 어떤 발전을 이루고 성장을 이룰 수 있을까 생각하면 답은 '노'다.


사무실에 갇혀있는 게 답답해 가끔 나가는 출장에서 앞자리의 중년 여성분은 동창들과 단체 카톡을 하고 있었는데, 글씨가 너무 커서 시선을 돌린다는 게 우연히 읽게 되었다. 근데 그녀가 '일이 있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 일인데'라고 말하는데 새삼 내 처지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는 사회적으로도 문제이고, 나 또한 전업주부로 사셨던 어머니를 보면서 정년까지 일을 놓지 않겠다고 사회 초년생일 때부터 다짐했었다. 하지만 회사에서 당하는 불합리한 일들, 쓸데없는 정치질 보고 있으면 이런 조직에 속해있는 나를 향해 씁쓸해할 수밖에 없다. 다른 조직에 가면 달라질 수 있을까? 근데 다녀본 경험으론 어느 곳을 가나 사람이 제일 스트레스였다.


일이 있다는 게 행복한 일인 걸까? 내게 회사에서 하는 일이란 시간을 흘려버리는 용도이다. 그렇다면 나는 얼마나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걸까? 재미없는 사람이 되기가 죽기보다 싫었는데, 이미 재미없는 사람이 되어버린 거 같다. 대학원을 가는 것도, 이직을 하는 것도 의미 없는 거 같고 하루종일 글을 쓴다면 어떨까..그래도 글쓸땐 살아있는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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