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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밍꼬 Nov 29. 2021

나의 첫 차사고, 위로가 된 아이의 한마디

항상 운전조심, 할 수 있는 만큼만 욕심내지 않는 법을 배운 날

   매미가 시끄럽게 울던 늦여름 오후, 지역 주민센터에서 첫째 아이의 미술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아이가 혼자 하는 수업으로 알고 신청을 하였는데 실상은 ‘부모가 함께’하는 수업이었다. 당시 세 아이의 엄마이던 나는 같이 참여하고 싶다고 서운해하는 둘째 아이를 달래며, 막 앉고 서기 시작하는 셋째 아이를 안고서 해야 하던 수업시간이 항상 버거웠다. 그날은 여름 무더위로 몇 주간 수업을 쉬었다가 다시 시작하는 날이었다.


  당시 나의 운전 경력은 2년, 아이들을 위해 면허증을 딴 지 10년 만에 운전을 시작했다. 그렇던 중 그 해 초 셋째 아이를 낳으며 오래된 차를 처분하고 몇 달간 운전을 하지 않고 지내다 일주일 전쯤 다시 차를 구입하였다. 운전을 하지 않는 동안 급한 일은 남편의 도움을 받았는데 더 이상은 그럴 수가 없었다. 새 차는 어디서나 눈에 띄는 예쁜 빨간색이었다. 다시 나만의 차가 생긴 것은 좋았지만 손에 익지 않은 새 차에 어린 세 명의 아이들을 태우고 시간을 또 보내야 하는 미술수업을 가는 마음은 편치 못 했다.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을 찾아 서둘러 주민 센터로 향했다. 주민센터의 담당자 선생님은 괜찮다며 신경 쓰지 말라 하셨지만 오늘도 어린 두 동생을 데리고 참여하면 다른 아이들과 엄마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을까 둘째 아이가 부릴 고집에 강사 선생님께 미리 눈치가 보였다. 복잡한 내 마음과 달리 뒷자리의 세 아이들은 새 차가 좋은지 큰소리로 신나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나는 복잡한 마음으로 운전을 하며 건물 주차장으로 는 좁은 골목길로 꺾어 들었고 그 길을 따라 내 차 뒤로 다른 차들이 졸졸 쫓아왔다. 쫓아오는 차들에 마음이 급했는지  나는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핸들을 너무 빨리 꺾었지만 급한 마음에 멈추지 못했고, 사이드밀러로 확인하며 새 차 옆구리가 긁히겠구나  어쩌지 하는 짧은 순간 “드르륵 쿵!! ”


  이게 웬걸 요란한 소리가 나며 일주일밖에 안 된 나의 새빨간 차는 주차장 벽을 타고 올라가 버렸다. 나는 그대로 굳어 버렸다. 119에 연락해야 하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는 동안 주변에 사람들이 몰려와 차문을 두들이며 괜찮은지 물었다, 나는 벌벌 떠는 손으로 뒤에 아이들이 타고 있다며 도와달라고 했다. 차 문을 연 사람들은 ‘어머 뒤에 쪼그만 애들이 셋이나 타고 있다’며 벽을 타고 하늘로 올라간 내 차를 본 것보다 더 놀랐다.


  다행히 근처에서 일하는 남편이 서둘러 왔고 견인차도 와서 차와 우리는 무사히 구조되었다. 정신없이 사고가 처리되는 동안 주민 센터 직원분들은 아이들을 사무실에 데리고 가서 같이 그림놀이도 하고 간식도 챙겨 주며 놀란 마음을 달래 주셨다.


 서커스처럼 벽을 타고 올라간 요란한 사고였지만 며칠 뒤 정비를 마치고 만난 차는 원래의 모습 그대로였다. 차는 멀쩡해졌지만 나는 사고의 충격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다. 남편은 사고는 언제나 날 수 있는 거고 아무도 안 다쳤으면 된 거라고 몇 번을 말해 주었지만 내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운전할 자격이 없다고 계속 우울해했다. 그때 여섯 살이었던 첫째 아이가 사실 엄마에게 고백할 게 있다며 울고 있던 나에게 소곤거리며 이렇게 말했다.


”엄마 사실 난 사고가 나서 좋았던 게 있어. 그건 자동차 바닥을 볼 수 있었거든! 자동차 배가 하늘로 들어 올려졌는데 그 밑에 전선들이 이렇게 막 엉켜있더라고.”  


  아이의 엉뚱한 말에 나는 그때야 웃으며 다시 용기를 내어 운전대를 잡을 수 있었다. 요란한 새 차 신고식으로 초보운전 딱지는 제대로 떼었지만 2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마음은 초보처럼 항상 조심하며 언제나 안전 운행 중이다.



**지금은 식구가 늘어 큰 차로 바꾸느라 처분해 버린 레디라는 이름의 저희 집 세컨드카로 적어 보았던 소설입니다.

봄날 첫 분기 글쓰기 수업에 써보았던 글인데

벌써 12월이 코앞, 아직도 글을 쓰고 있네요. 글과 함께 참으로 알찬 한 해를 보냈습니다.  


https://brunch.co.kr/@dyddydmj/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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