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지 못하는 습관이 주는 이야기.

오래된 메모장과 생각.

by 김대영

지난 것들을 정리하다 보면 우연히 옛날에 버리지 않고 보관했던 것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평소 버리는 것을 못한다. 이유는 물건을 버릴 때마다 내가 가진 이야기를 하나씩 버리는 기분이랄까? 사실 버리지 못하는 것이 물건뿐만은 아니다.
생각을 메모하고 글을 쓰는 버릇도 생각을 버리지 못하는 습관에서 비롯됐다. 지하철 안에서 문득 들었던 생각, 책에서 읽은 좋은 이야기, 친구와 대화에서 느낀 것들을 형식 없이 저장한다. 그리고 가끔 고민거리가 생기거나 생각이 막혔을 때 그 메모장을 들여다보곤 한다. 그리고 오늘, 내가 고등학생 때 적었던 글 하나를 소개하려 한다.


요리사...

누군가가 당신에게 "요리사 란?"이라고 물었다면 당신은 어떻게 대답했을까?
"글쎄요..? 맛있게 요리해주는 직업을 가진 사람?" 보통 이렇게 말할 것이다. 혹은
"오감을 만족시켜주는 예술가이자 전문가 " 이렇게 정의할 수 도 있겠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이 말한 요리사의 정의는 요리사 자체에 너무 많은 포커스를 맞췄다.


나에게 요리사란 "ingredient supporter" 재료 도우미이다.
"엥? 재료 도우미? 너무 멋없어~ "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실이지 않은가? 요리사 없는 재료는 보았다. 하지만 재료 없는 요리사는 본 적이 없다.

멋없다고? 언제부터 요리사가 멋있는 직업이었는가! 항상 주방에 12시간 혹은 더 오랜 시간 막노동만큼 힘들게 일하는 직업이 아니었는가? 요리사는 결코 폼내는 직업이 아니다.

셰프들의 티브이 출연과 쿡방의 대세를 몰아 외식업이나 조리 관련 업을 하는 조리사들이 너무나도 편하고 폼나는 일만 추구하고 뭐라도 된 양 으스대는 사람을 많이 볼 수 있다...


요리사에게 그 무엇보다 필요한 자세는 요리 앞에서의 겸손함 일 것이다. 요리사를 존재하게 하는 재료 앞에서 우리 ingredient supporter 들은 항상 감사해야 하고 소중히 여겨야 할 것이다. 이러한 자세가 갖춰진 요리사의 요리는 완벽하고 맛있을 수밖에 없다.

훌륭한 음식은 식재료에 대한 요리사의 배려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에겐 좋은 글이다. 요즘 졸업을 앞두고 나는 어떤 요리사가 되어야 할까 라는 물음을 자주 던진다. 이렇다 할 명쾌한 대답을 말하기 어려웠는데, 그 대답을 고등학생 때의 '나'가 해줬다.
"아 그랬었지, 내가 저렇게 생각했지."
옛날에 썼던 메모들을 보니, 그 시절 나는 참 괜찮은 생각을 했다. 그때는 덜 여물었지만 나머지는 지금의 내가 해와 비가 되어 잘 익은 열매를 키워내면 된다.
오늘도 떠오른 생각들을 버리지 못하고 메모한다. 미래의 나에게 참 괜찮은 생각이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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