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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완 Jul 28. 2023

내 맘대로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네

산전우울증에 걸리는 이유



산전우울증을 인터넷 검색창에 검색해본다. 국가건강정보포털 의학정보에는 산후우울증만 나와있다. 출산 후 급격히 호르몬이 변화하고 육아 스트레스 등의 문제로 발생한다고 한다.

그러나 여자는 출산 후 뿐 아니라, 출산 전부터 우울감을 느낀다. 아기가 뱃속에 생기면서부터 호르몬 변화와 환경 변화를 겪기 때문이다. 그래서 맘카페나 블로그를 보면 산전우울증에 대한 이야기도 많다.

나는 처음 쌍둥이를 가졌다는 사실이 멘붕 그 자체였다. 아이 둘을 키우면서 힘든 육아에 시달릴 것과 그럴수록 내 시간은 더 사라질 것이라는 것. 그리고 경제적인 문제가 불안과 걱정,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그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였냐면, 임신 초기에 자연 유산 확률이 높다는 것에 기대를 걸었다. 둘 중 하나가 도태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기들에게 미안한 일이지만 임신 안정기에 들어가기 전까지 나는 혹시나 하면서 초음파실에 들어갔다. 그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임신 초기에는 출혈과 입덧이라는 신체적 고통으로 우울감을 겪었다. 집중력이 흐려졌다.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었다. 나 자신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쓸모없는 존재처럼 느껴졌다.

조금 나아진 건 임신 중기 때였다. 16주차가 지나자 입덧도 사라지고 운동도 할 수 있게 되었다. 밖에 외출하는 게 그리 힘들지도 않았다. 다시 예전의 나로 돌아온 것만 같았다. 임신성 당뇨만 아니었다면 그 행복한 기간을 조금 더 즐길 수 있었을 것이다.

임신성 당뇨에 확정되면서 다시 삶에 제약이 생겼다. 특히 먹는 것을 마음대로 먹을 수 없었다. 한 달 간은 어느 정도 참을만 했지만, 그 시간이 지나자 참았던 것들이 폭발했다. 서럽고 억울해졌다. 밖에 나가면 수많은 음식점과 케이크 전문점들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어디로도 들어갈 수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웃으며 들어서는 그 가게들을, 나는 지나칠 수밖에 없었다. 남들과 다르다는 것. 남들은 하는데 나는 하지 못한다는 것. 그것이 가장 고통스러웠다.  

임신 32주차인 지금, 나는 매일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쌍둥이 임신은 단태아 임신과 다르다. 아기의 몸무게도 두 배, 양수량도 두 배다. 그만큼 배가 많이 나온다. 막달엔 몸이 견디기 힘들 정도다.


원래 사람의 자궁은 아기 한 명을 갖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런데 두 명이라니. 멀쩡할 리 있겠는가. 세 쌍둥이, 네 쌍둥이를 낳은 엄마들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모성이 아니라면 견디지 못할 고통을 견뎠을 것이다. 몸이 만싱창이였을 것이다.

내게 가장 큰 우울감을 주는 것은 내가 내 몸에 대한 ‘통제권’이 없다는 것이다. 30주부터는 몸을 굽히는 것도 힘들고 누웠다가 일어나는 것도 힘들어졌다. 그러다보니 물건이나 쓰레기를 바닥에 떨어뜨려도 망설이게 된다. 망설이다 그냥 내버려 두는 경우도 많다.

운동은 산부인과에서 권장하지 않아서 진작에 하지 못했다. 이젠 몸이 힘들어서 일상적인 활동에도 제약이 생겼다. 거의 소파에 앉아있거나 침대에 누워 있는다. 그러다보니 더 무기력해진다.

쌍둥이는 조기 수축이 오거나 양수가 터질 확률도 높아서 더 몸조심을 하게 됐다. 볼일이 있어 한 정거장 거리를 나가야할 일이 생겨도 차일피일 미뤘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겁쟁이가 되어버린 나를 발견했다.

‘위축되지 말자.’

나스스로에게 말했다. 나가고 싶으면 나가자. 나가서 해야할 일을 하자. 그리고 시원한 카페에 가서 디카페인 커피를 마시자.

나는 다시 내 삶에 대한 통제권을 가져오기로 했다.

오랜만에 외출을 감행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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