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한 달 내내 생일인 거라고 했다.
엄마는 날 가졌던 열 달이 삶에서 가장 행복했던 때라고 말했어. 할 일이라고는 온전히 뱃속의 아이를 잘 먹이고 잘 재우는 것뿐이었던 그날들을 행복한 표정으로 상기시키며. 날 가진 채로 아빠와 가구를 보러 다녔던 일들, 임신했다는 사실도 몰랐던 시절 갑자기 소시지가 너무 먹고 싶어 달리던 버스를 세웠던 일들, 부모가 되는 건 처음이라 육아서적을 달달 외웠던 아빠에게 시달렸던 일들… 옆에서 그 얘기를 듣고 있던 아빠도 그날들의 공기와 습도, 날씨, 햇살들이 떠오른다고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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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을 듣는 내내 울음을 참느라 혼났어. 다시 평안한 죽음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해왔던 날들이, 이렇게 나를 가짐으로써 행복했다고 말하는 이들에게 너무 미안해서였나봐. 세상의 많은 부조리들과 이해할 수 없는 고통과 불행을 떠올리면, 금방이라도 세상과 내가 소멸해버렸으면 싶지만, 다른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내가 존재한다고 생각하면, 주어진 이 생이 너무 소중해져. 나와 나의 의미 있는 타인들이. 그들 속에서 살아있는 내가. 존재를 의심하던 나는 의심을 멈추고 그들 안에서 살아있게 돼. 더 이상 사는 것이 허무하게 느껴지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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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일에는 기다리는 이들에게서 전부 축하를 받았어. 나는 죽음 같은 충만함을 느끼는 동시에 위와 같은 이유로 악착같이 살고 싶어 졌어. 나와 스친 모든 이들의 기억 속에 어떤 모습으로든 살고 있게 된 내가 감사해. 허락된다면 앞으로도 여러 계절 동안 존재해야지. 영원하진 않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