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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불 Oct 27. 2021

생일기억

원래 한 달 내내 생일인 거라고 했다.


엄마는 날 가졌던 열 달이 삶에서 가장 행복했던 때라고 말했어. 할 일이라고는 온전히 뱃속의 아이를 잘 먹이고 잘 재우는 것뿐이었던 그날들을 행복한 표정으로 상기시키며. 날 가진 채로 아빠와 가구를 보러 다녔던 일들, 임신했다는 사실도 몰랐던 시절 갑자기 소시지가 너무 먹고 싶어 달리던 버스를 세웠던 일들, 부모가 되는 건 처음이라 육아서적을 달달 외웠던 아빠에게 시달렸던 일들… 옆에서 그 얘기를 듣고 있던 아빠도 그날들의 공기와 습도, 날씨, 햇살들이 떠오른다고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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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을 듣는 내내 울음을 참느라 혼났어. 다시 평안한 죽음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해왔던 날들이, 이렇게 나를 가짐으로써 행복했다고 말하는 이들에게 너무 미안해서였나봐. 세상의 많은 부조리들과 이해할  없는 고통과 불행을 떠올리면, 금방이라도 세상과 내가 소멸해버렸으면 싶지만, 다른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내가 존재한다고 생각하면, 주어진  생이 너무 소중해져. 나와 나의 의미 있는 타인들이. 그들 속에서 살아있는 내가. 존재를 의심하던 나는 의심을 멈추고 그들 안에서 살아있게 돼.  이상 사는 것이 허무하게 느껴지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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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일에는 기다리는 이들에게서 전부 축하를 받았어. 나는 죽음 같은 충만함을 느끼는 동시에 위와 같은 이유로 악착같이 살고 싶어 졌어. 나와 스친 모든 이들의 기억 속에 어떤 모습으로든 살고 있게 된 내가 감사해. 허락된다면 앞으로도 여러 계절 동안 존재해야지. 영원하진 않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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