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혼군
트럼프는 왕인가?
트럼프의 69세 생일날에 맞추어 군사 퍼레이드가 펼쳐집니다. 반대편 쪽에서는 "No Kings!" 구호가 적힌 푯말을 들고 반 트럼프 시위가 한창이지요. 왕도 아니면서 굳이 자기 생일날 군대 열병식을 펼친다는 것은 오버(지나치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군대가 무슨 장난감 병정도 아니고 내키는데로 움직이는 것은 언제나 문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중대 사건이 발생하기 전, 국군의 날에 퍼레이드를 펼치는 광경이 오버랩되었지요. 과연 그러더니 트럼프는 기어코 이란에 폭탄을 때려 박았습니다. 국익을 위한 치밀한 계산이었는지, 타코(TACO ; 항상 꽁무니를 빼는 닭)라는 소리를 듣다 보니 자존심을 세우고 싶었는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왕이 유능할 확률
왕이 유능하거나 인의로운 성군이 될 확률은 얼마나 될까요? 그렇지 못해 무능하거나 추악한 혼군이 될 확률은 또 얼마나 될까요? 조선시대 27명의 왕으로 통계를 내어 본다면, 전자의 좋은 왕이 될 확률은 채 절반에도 이르지 못합니다. 아주 잘 봐줘야 겨우 40% 정도에 불과하지요. 반대로 무능을 포함하여 나쁜 왕이 될 확률은 무려 60%에 이릅니다. 왕이라는 재목을 어릴 적부터 가르치고 선발하여 키워낸 결과에 비하면 형편없는 수치입니다. 어쩌면 왕이라는 신분 자체가 마성의 부작용을 부르는 자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왕과 같은 너무 큰 힘의 속성은 백성과 같이 약한 자를 위하기에는 애당초 적합하지 않은 것이지요. 왜냐하면 그렇게 해야 할 동인이 전혀 없고, 그렇지 않아도 어차피 잘 유지, 세습되기 때문입니다. 현대에 제대로 된 재벌 2세를 찾기 힘든 것을 보면 이런 왕의 속성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까요?
조선의 또라이 4대 천왕
'혼군'이라는 책에는 조선의 또라이 4대 천왕을 소개합니다. 과연 누가 F4(failure)로 뽑혔을까요. 저자는 연산, 광해, 선조, 인조를 불명예의 F4로 꼽았습니다. 연산과 광해는 탄핵되어 쫓겨난 왕이었지요. 인조는 그 탄핵 후 반정으로 왕위에 올랐지만 정묘호란과 병자호란을 거치며 무능의 극치로 나라를 제대로 말아먹은 왕이었습니다. 선조도 임진왜란을 통해 절대 왕이 되면 안 되는 인물상을 그대로 보여 주며 나라를 완전히 털어먹을 뻔하였습니다. 그나마 운 좋게 '이순신' 장군이라는 시대의 귀인을 만나 구사일생으로 목숨과 나라를 부지합니다. 그러나 그 은혜를 오히려 원수로 갚는 찌질함을 보였다는 점에서 '혼군'의 대명사로 이름을 올리기에 충분했습니다. 왕이 무능하면 꼭 전란이 일어나는 것도 신기합니다. 왕만 모르지 밖에서는 모두 벌거벗은 왕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겟이겠지요.
권력자와 왕의 차이
오늘날의 권력자와 왕의 차이는 뭘까요? 그것은 권력자는 왕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나중에 선출되고, 세습이 되지 않고 임기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 밖에도 현대 역사는 이 '왕'의 폐해를 수천 년 경험한 후 그것을 최대한 억제시켜 놓은 것에서 탄생한 것이라 할 수 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왕을 떠 받들고 있는 나라들이 여전히 존재합니다. 그리고 혼군으로 인하여 혼란스러워하지요. 또한 왕이 없을지라도 아직 소왕과 같은 지위에 있는 자들이 있으니 그들이 바로 회장입니다. 혼군은 이제 쉽게 만나기 힘들지만 '혼회장'은 회사 어디에서도 더 쉽게 만날 수 있는 있지요. 그러나 최근에는 하필 더럽게 재수 옴 붙게도 그 조선 시대 말로만 듣던 '혼군'을 직접 만났었지요. 짧은 인생에 무려 두 번의 탄핵을 직접 경험했으니 우리는 연산과 광해의 시대를 모두 다 산 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왕의 대안
그렇다면 이렇게 위험한 '왕'의 대안은 무엇일까요? 아무리 신경 써서 가르치고 선별하여 뽑아도 60%는 무조건 혼군이 되고, 그 또라이 왕이 한번 광기를 펼치고 나면 나라가 휘청거리고, 연속해서 두 번이면 강국이라도 거의 망하고, 삼세번이면 아무리 부국이라도 마침내 멸망에 이르게 되나니, 이러한 왕은 차라리 없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인피니티 스톤과 절대반지
그러나 사람들은 왕을 원합니다. 그리고 왕이 되고 싶어 하지요. 그래서 인간의 궁극의 꿈은 왕이 되어서 왕을 원하는 사람들의 신처럼 군림하게 되는 것을 원하게 되지요. 신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처럼 왕도 쉽게 사라지기는 힘들 것입니다. 그래서 왕의 권력은 최대한 나누어 감시해야만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하물며 신도 절대적이 되어 감시를 소홀히 하면 왕처럼 되는 것이 이 권력의 속성이니까요. 삼권 분립을 넘어서 오권분립이 더 좋을지도 모릅니다. 어벤저스 엔드게임에서 인피니티 스톤을 여섯 개로 쪼개 놓은 이유가 다 있는 것이지요. 그러나 왕은 궁극적 목적을 위해 이 돌들을 다 모으기를 바랍니다. 삼권분립을 하나로 합쳐서 마음대로 하는 절대 반지를 원하는 것입니다.
No Kings!
그러나 반지의 제왕 절대 반지의 힘은 너무 강력해 그 누구도 통제하지 못하기 때문에 파괴하는 것이 최선이었습니다. "No Kings!"라고 외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지요. 트럼프는 과연 미국의 F4 혼군으로 기록되는 것을 피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예상을 깨고 성군이 될 수도 있을까요? 여섯 개의 인피니티 스톤과 절대 반지를 원하는 자라면 아마 전자가 될 가능성이 크겠지요. 왕이 사라졌는데도 왕을 걱정하는 시대, 왕이냐 왕이아니냐 그것이 문제입니다.
혼군 (사리에 어둡고 어리석었던 조선의 네 군주들)
한줄 서평 : "No Kings!" (2025.06)
내맘 $점 : $$$
산병주 지음 / 21세기 북스 (202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