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때인 것으로 기억하는데 담임 선생님께는 나무 한 그루를 가리키며 일주일에 두 양동이씩 물을 주라고 명령하셨었습니다. 그래서 빠지지 않고 매주 정확히 두 양동이씩 물을 주었지요. 그런데 나중에 담임선생님과 면담 후 부모님으로부터 들은 바로는, 매우 성실하게 물을 주긴 했는데 물이 많았는지 나머지 나무는 뿌리가 썩고 있었나 봅니다. 물 주는 것을 가끔 빼먹기도 하고 얼마큼 주어야 적당할지 생각도 했어야 하는데 그것을 가늠하기에는 어렸나 봅니다. 담임 선생님도 이유를 알려주며 물을 주라 해야지 무조건 두 양동이를 가져다 부으라 했으니 설명이 부족했던 게지요.
그러고 보면 나무에 물만 많이 주는 게 능사는 아니지요. 무조건 성실하거나 아무리 담임 선생님의 말씀이라도 반드시 정답은 아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런 노력들이 헛된 것이었다거나 실수로 까지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마치 사랑의 환상이 깨지고 난 다음 후회되는 것과도 비슷하지요. 그러나 그 경험을 통해 너무 많은 물은 이롭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지요. 이 사랑이 아니면 안될것 같은 사랑도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요.
그래서 그 두 양동이의 사랑도 다 그렇게 의미 없는 일은 아니었다는 것을 지나고 나서 이야기하는 것이겠지요. 문득 저 나무에는 두 양동이의 물과 사랑이 필요할 것 같은 날이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