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마음속의 해결되지 않은 모든 것에 대해 인내하라. 잠긴 방처럼, 외국어로 씌여진 책처럼 의문 자체를 사랑하려 하라. 답을 구하지 말라. 당신이 답대로 살 수 없었기에 답은 올 수도 없다. 요지는 모든 것을 살아내는 것이다. 지금은 의문을 품고 살라. 그러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서서히, 답 속에 살게 될 날이 올 것이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중
달이 점점 더 동그래 지는 것을 보고 '왜 정월 대보름도 아닌 추석인데 보름날이지'라는 생각을 잠시 합니다. 그런데 추석도보름날이네요. 그러니 달이 점점 더 동그래 지은 것은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이제 이런 것도 헷갈리네요.
예전에는 달에게, 특히 보름달에게 소원을 비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지금은 왜 그러는지 알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것은 참으로 막막하고 해결되지 않은 것들을 달에게 라도 말하고 싶어서 그런 것이라는 생각이 문득 드는 것이었지요.
특히 보름달이라면 그 너른 마음으로 고민을 더 환하게 비춰줄 것 같았거든요. 의외로 고민을 이야기할 대상은 달 말고는 찾아봐도 별로 없는 법입니다.
이제 어디 가도 나이를 먹을 만큼 먹은 것 같은데 아직도 정답을 잘 모르기는 저 문구에 의지하고 있을 예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네요. 그런데 의문은 정답을 구할 때는 모르겠다가 자연스럽게 어느 날 그것으로부터 벗어났을 때 깨닫게 된다는 것입니다.
지금의 의문이 주어진 것은 답을 찾는 여정을 갖으라고 일부러 쉽사리 정답을 알려주지 않는 듯 하지요.
그래서 보름달을 보며 소원을 비는 것입니다. 이 여정의 답으로 가는 길을 알려달라고요.
구도자가 그렇듯이 여전히 책을 읽고 글을 쓰며 그 답을 찾아 떠납니다.보름달 빛이 그 어두운 밤길을 훤히 비추어 길을 잃지 않게 말동무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