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정말 어떤 기억을 지우고 싶을 때가 있다.
사랑 같은 감정이 그만큼 깊은 증오나 원망이 되어 내 발목을 붙잡을 때. 그 기억에 겁이 나 다시는 누군가를 사랑하지 못하게 할 때. 그런 미운 모습의 나를 지우고자 무던히도 애를 쓰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결국 나는 나를 지울 수 없었다. 미운 내 모습과 지우고 싶은 그 기억들을 모두 끌어안고 살아가야만 한다는 걸 깨달았을 때, 그걸 끌어안고 다시 누군가를 사랑해야만 그 사랑이 의미 있다는 걸 깨달았을 때, 그때서야 나는 비로소 그런 나를 미워하지 않을 수 있었다.
살아가고, 누군가를 사랑하고, 추억을 쌓고, 헤어지고. 다시 그것을 반복하는 일이 너무도 어려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