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히 '나'로 존재하는 순간
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이성을 잃고 현실을 망각하고 싶은 것들이 있다. 지금이 그렇다. 사 년간의 인내와 타협으로 샛길을 텄다. 어디로 이어질지 모르기에 미래의 걱정을 잠시 접어 둔다. 언 땅이 녹으니 흙 위에 포개진 자갈돌마저 보이지 않는다. 걸림돌이 되는 것은 나의 망설임뿐이다. 거창한 이유를 찾아 합리화하는 고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건 과거의 내가 닦아 놓은 길이 난 대로 가는 것뿐이다. 아스팔트 틈으로 무성하게 피어 덧없는 생명의 발가락 사이를 간질이는 여름풀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