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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희 Nov 20. 2023

목적지 도착

딸은 엄마 인생을 닮는다고? - 4

"우리 먹는 밥상에 수저 하나만 올리면 되잖아"

시아버지는 제삿날 집에 올 사람도 없으니 단출한 제사를 지내면 되지 않겠냐고 하셨다. 반면 시어머니는 매일 유튜브에서 '제사'를 검색하며 100만 유튜버들의 잘 차려진 제사상을 보면 한숨을 내 쉬었다.  하루는  "제기 세트를 사야 한다"하고, 하루는 "제사는 안방에서 남향을 바라보며 상을 놓아야 하니까 안방 화장대를 옮겨야겠다"라고 하셨다.  시할머니가 꿈에 찾아와서 "너네 형편 아니까  뭐든 조금씩만 놓고 제사상을 차려도 된다"라고 말하고 사라지셨단다. 시어머님의 머릿속은 온통 제사 생각뿐인 것 같았다.  

"어머니, 부담 갖지 마시고 우선 제사를 지내보고 필요한 걸 사는 건 어떨까요? 처음에는 다들 서툴 잖아요. 제기세트는 나중에 사도 될 것 같아요. "

"얘, 모르는 소리 말아라. 제기는 꼭 사야 한다더라"

지금까지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그릇으로 제사를 지내야 한다고 했고 그 한 번도 사용하지 않는 그릇이 제기라는 것이다. 


방학 숙제를 미루고 미뤘지만  영원할 것 같았던 방학 기간은 짧았고, 오지 않을 것 같던 개학은 코 앞에 다가왔다. 놀이터에서 뛰어놀면서도 마음이 불편하여 머릿속에는 온통 '어떻게 하면 숙제를 안 할 수 있는지..'고민하는  상태가 지금 시어머니의 마음일 것 같았다. 결혼 전 친정에서 지냈던 제사 모습을 떠 올리거나 친정 엄마에게 물어보면 엉킨 실타래를 풀 수 있을 것 같은데 시어머니는 그렇게 하지 않으셨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오지 않을 것 같던 개학.. 아니 제사 1달 전이 되었다. 

가족들이 다 같이 밥을 먹는 자리에서 시어머니는 중대 발표하듯 진지한 목소리로 시선을 밥상에 고정하고 말하셨다.

"아빠하고 상의 끝에 제사 안 지내기로 했다. 그렇게 알고 있어라"

용하다는 점집에서 말하기를 제사 때문에 부부가 싸움을 하면 그 제사는 안 해도 된다고 결론내주었다.  말을 끝낸 시어머니는 멈추었던 젓가락질을 다시 시작하셨고 시선은 여전히 밥상만을 바라보고 계셨다. 옆에 있던 시아버지는 아무 말이 없으셨다.

목적지에 돌고 돌아왔을 뿐 답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을거라는 강한 느낌이들었다. 내세울만한 명분이 필요했던 건 아니었을까?


다음에 찾아간 시댁 달력에는 '제삿날'이라 적었던 글자 위에 굵은 사인펜으로 가로로 두줄이 그어지고 더 큰 글씨가 적혀있었다

[어머니 죄송합니다. 용서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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