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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한 소생술

by 김소희

한해의 마지막날이었다.

2024년 12월은 참.. 일이 많았다는 한 문장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한 달이었다.

그럼에도 불고하고 한해의 마지막은 왔고,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해가 뜬다.


올해는 제야의 종소리를 듣고 자야지. 했다.

맑은 종소리를 들으면 머리가 각성이 될 것 같았다.

마음과 달리 밤 10시가 넘으니 하품이 쏟아졌고 11시가 넘으니 눈이 감기기 시작했다.

"그냥 자자."며 못 이기는 척 침대에 누웠다.

막상 누우니 눈이 똘망똘망해졌다. 평소 머리만 대면 자는 나였는데 말이다. 어째 오늘은 일찍 잠드는게 아쉬운 마음이었다.

잘됐다. 누워 올해를 쭈르륵 정리해 보자!

1월 1일에 일기장 적은 내용이다.

[10km 마라톤 완주]

올해 하고 싶은 일중 하나는 10km 마라톤 완주였다.

몇 해 동안 꾸준히 5km를 출전해서 올해는 목표를 조금 더 올려보자며 용기를 낸 것이다.

다 뛰지 못하고 걸어도 괜찮다. 시간 커트라인에 걸리지는 말자. 는 구체적인 계획도 있었다.

"이걸 지켰다고 하기에는 쫌 애매하네~. 10km를 한번에 뛴건 아니지만. 5km를 봄에 한번, 가을에 한번 출전했으니 합쳐서 10km 뛰었다 치자."

마음속으로 성공한것과 진배없다며 꾸역꾸역 우겨댔다.


또렷이 기억나는 또 한 가지가 있다.

중랑신춘문예 소설부문 우수상을 탄 것이다. 담당자는 전화로 수상 소식 알려주었다. 바로 시상식 참여 가능하지 물었다. 나는 일정확인 하지도 않고 바로 "네!"라며 참석하겠다고 외쳤다.


지역이름을 앞세운 신춘문예라서 분야를 막론하고 글 조건은 딱 하나다

'중랑구를 소재로 한 순수 창작품'일 것

사실, 몇 해 전에 이곳에 응모했다가 떨어진 기억이 있다.

지역을 아주 밝고 희망차게 활기차게 쓴 수필이었다. 막연히 "이런 글을 뽑겠지."라고 생각했다.

내가 이 지역 공무원이라면, 공직자라면, 심사위원이라면 지역의 좋은 이미지를 원할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결과는 떨어졌다. 사실 분위기와 별개로 내 글이 별로였을 수도 있다. 인정.


이번에는 욕심을 내려놓았다.

"어차피 떨어질 거 내가 쓰고 싶은 글 쓰자."

지역차, 빈부, 사람 간의 갈등, 고독사를 넣고 구체적인 위치도 설정했다. "어차피.."라며 마음껏 상상했다.

이렇게 쓴 글이 우수상으로 돌아왔다. 흐믓

수상작들은 연말에 책으로 나온다고 했다.

그렇게 한 달 두 달이 지났고 가을이 되었다. 책은 깜깜무소식이었다.

궁금한 건 바로 물어보는 나는 담당자에게 전화를 했다.

"분야별 최우수상만 책에 넣게 되었습니다."는 설명이었다. 신춘문예가 아니어도 책에 꼭 들어가야 하는 게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머리로는 이해했다. 머리로는. 하지만 나의 기분은 한 여름 아스팔트에 떨어진 아이스크림같았다.

상은 받았지만 내 글은 어디서도 볼 수 없었다.

12월 31일, 침대에 누워 생각했다.

'중화동 321번지'를 살리자.

내가 내 글을 살려야겠다. 나를 위한 심폐소생술을 해야겠다.

제일 먼저 생각난 곳이 브런치였다. 한두 분이라도 잊혀질 뻔한 을 봐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새로운 해에도 내 글을 보듬어 주고 살리겠다고 마음먹었다.

마흔이 넘은 대학생이 되어 내가 나를 소생시킬 것이다.


* 소설 중화동 321번지에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많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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