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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달의 독백 22화

손톱을 깎다

일상 一想

by 조은영 GoodSpirit

아버지 손톱을 깎는다


하얀 눈 같은 백발의 아버지


손의 움직임이 불편하여

자신의 손톱을 깎지 못하는

아버지


그 아버지가 젊은 아버지였을 때

어린 내 손톱을 깎아주었단다


"니 아버지가 손톱을

너무 바짝 깎아서

니 손톱이 그렇게 짧은 거야."

엄마가 말했다


긴 손가락에 짧다막한 손톱

아버지도 긴 손가락에

짧다막한 손톱


아버지의 아버지가

그렇게 손톱을 짧게 깎아줬을까


어린 딸의 손톱을 깎는다


보송보송한 솜털이 난

작은 고사리손이 파르르 떨린다


작디작은 팥알 같은 손톱을

바짝 깎지 않으려고

내 엄지 끝이 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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