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詩作
주차장에 엎드린 차들이
눈에 덮이고
꽁꽁 얼어갈 때
주방에선 열이 오른 김이
곰솥 뚜껑을 들썩대며
쉭쉭 빠져나와
거실을 부유하며 덥히다
창에 부딪혀 맺힌다
벌써 잠든 줄 알았던 아이는
냄새가 난다며 쪼르르 나와서
아침에 먹을 수 있는지 묻는다
김이 서린 베란다 창에는
아이들 손가락 자국이 선명하다
희뿌연한 내 기억속에서
떠오르는 선명한 장면 하나
파 고명 얹은 뜨근한 사골국
나의 엄마도 늦은밤까지
사골국을 우려냈다
나는 신문지를 구긴다
그리고 창을 닦는다
뿌옇게 사골을 우려내며
뿌옇게 얼룩진 창문을 닦고
뿌옇게 들끓는 마음을 쓴다
뿌연 마음이 선명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