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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달의 독백 23화

희뿌연 시

시작 詩作

by 조은영 GoodSpirit

주차장에 엎드린 차들이

눈에 덮이고

꽁꽁 얼어갈 때


주방에선 열이 오른 김이

곰솥 뚜껑을 들썩대며

쉭쉭 빠져나와


거실을 부유하며 덥히다

창에 부딪혀 맺힌다


벌써 잠든 줄 알았던 아이는

냄새가 난다며 쪼르르 나와서

아침에 먹을 수 있는지 묻는다


김이 서린 베란다 창에는

아이들 손가락 자국이 선명하다


희뿌연한 내 기억속에서

떠오르는 선명한 장면 하나

파 고명 얹은 뜨근한 사골국


나의 엄마도 늦은밤까지

사골국을 우려냈다


나는 신문지를 구긴다

그리고 창을 닦는다


뿌옇게 사골을 우려내며


뿌옇게 얼룩진 창문을 닦고


뿌옇게 들끓는 마음을 쓴다


뿌연 마음이 선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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