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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포기하는 것

용기이자 또 하나의 방법이다

by 김다영



안녕하세요. 오늘도

시들지 않는 꽃집 ‘알스트로담’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은 ‘포기‘하면 어떤 것들이 떠오르나요?




유난히 변덕스러웠던 아이


해 맑 음


학창 시절 저는 학원을 보내면 3일도 안 돼서 “엄마, 나 여기랑 안 맞아. 다른 데로 갈래”라며 미련 없이 다른 학원을 찾아 떠나던 아이였어요. 제 성격을 너무 잘 알고 계셨던 엄마는 꾸짖지도, “조금 더 다녀봐”라고 말씀하지도 않으셨어요. 지금 생각하면 쉽지 않았을 텐데 정말 감사한 마음이 들어요.


그렇게 빠르게 판단을 내릴 수 있었던 이유는 제 자신이 어떤 분위기를 좋아하고, 어떤 선생님과 잘 맞는지 등 원하는 것이 늘 명확했기 때문이에요.


제 판단이 100% 정답은 아닐 수 있어도 선택에 후회나 미련은 없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내가 좋아하고 원하는 것이 명확했기에 판단이 빨랐구나”라고 생각하지만, 과거에는 저도 “내가 너무 변덕스러운 건 아닐까?” 하며 걱정을 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의 저는 과감하게 포기하는 것도 용기이자 또 다른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유한한 시간 속에서 빠른 판단은 큰 장점이 되거든요. 덕분에 저는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었고, 그 경험들을 통해 선호하지 않는 것들을 파악할 수 있었으며 동시에 잘하고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더 명확히 알게 되었어요.


포기, 즉 손을 놓는 행위는 부끄러운 것이 아니에요. 오히려 또 다른 기회의 시작을 뜻한다고 생각해요.


오늘 준비한 작품은 어떤 일이 펼쳐질지 모르지만, 용기 있게 자신을 위해 또 다른 시작점에 서 있는 감정을 가득 담은 작품이에요.





미지의 세계

The unknown world


Acrylic on panel, 45.5x37.9cm, 2022



(2022년 캡션)


끝이 보이지 않는 여정은 생각보다 힘들 것이다.

그럴 때 심호흡 한번 한 후 주위를 돌아보자.

생각보다 예쁜 풍경들과 의지할 수 있는 내 사람들이

가까이에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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