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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차 Nov 03. 2024

가족을 정신병원에 입원시켜 본 적 있으신 분?

그게 바로 저입니다. 

빠른 입원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다음날 가기로 결정을 내린 후였다. 

부모님과 나는 언니가 모르게 카톡으로 소통했다. 새벽에 갑자기 아빠에게 메시지가 와있었다.

'언니 도망갈까 봐 걱정된다. 소파에서 내가 지키고 있을게' 


아빠는 갑자기 언니가 우리의 계획을 눈치채고 도망가버릴까 걱정이 되셨나 보다. 나도 그 말을 들으니 덜컥 겁이 났다. 우리가 모르는 누군가에게로 도망가버리면 어쩌지. 언니가 병원에 가지 않겠다고 거실 바닥에 누워버리면 어쩌지. 작은 점에 불과했던 의심은 어느새 깊은 걱정이 되어 아빠와 나를 불안에 떨게 했다. 

날이 밝도록 아빠와 나는 번갈아 가며 언니 방문을 지켰다. 소파에 누워 티가 나지 않도록. 



긴 밤이 지났다. 부모님과 나는 한숨도 잠을 자지 못했기 때문에 새벽부터 깨어서 거실을 어슬렁 거렸다. 아마 언니도 잠을 이루지 못했을 거라 생각한다. 가야 할 병원을 정해두었지만, 입원을 할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았다. 이 점도 불안 요소 중 하나였다. 새벽 여섯 시부터 언제 언니를 깨워야 할지 엄마와 계속해서 이야기했다. 그때 엄마는 반쯤 정신이 나가있었던 것 같다. 자식을 정신 병원 폐쇄병동에 보내야 한다는 중대한 결정을 내렸고, 그 마저도 잘할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평소보다 언니를 빨리 깨웠다. 

언니는 지난날 돈을 빌린 이유가 자신의 과소비 때문이라고, 본인도 이것을 꼭 치료하고 싶다고 말했다. 부모님과 나는 '과소비'를 명목으로 언니에게 병원에 가보기를 권했다. 


나는 이 과정이 가장 긴장되었다. 어렸을 때 본 것처럼 언니가 떼를 쓰고 자해를 하겠다고 협박할 것이라 추측했다. 하지만 언니는 생각보다 순순히 가방을 챙겨 나왔다. 그 모습이 너무나도 순진하고 약해 보여 마음이 아팠다. 그렇게 언니만 모르는 언니 입원 시키기 작전이 펼쳐졌다. 



차 안의 분위기가 무거웠다. 모두들 피곤하면서 동시에 무척 긴장한 상태였다. 언니는 영문을 모르고 따라 나온 아이 같았다. 우리는 병원 진료 시작 두 시간 전에 병원 앞에 도착했다. 병원로비에는 경비원과 당직자, 두 명의 사람만 있었다. 엄마가 먼저 내려 원무과 당직자에게 오늘 입원을 시킬 수 있냐 물었다. 하지만, 원무과 당직자는 예약 없는 진료를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갑자기 마음이 분주해졌다. 

엄마와 나는 가능한 인맥을 총 동원했다. 

나는 간호사 친구에게 연락해 이런 경우에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냐고 물었다. 친구는 응급실로 찾아가는 것이 가장 좋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가 찾은 병원은 응급실을 운영하지 않는 병원이었다. 

그러다 오래전 엄마와 인연이 있던 분께 부탁해 겨우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엄마도 그때의 연락이 십여 년 만의 연락이었다고 한다. 앞선 순서의 진료를 모두 받고 들어가는 것으로 되어있었기 때문에 대기시간이 길었다. 대기를 하는 동안 언니를 가운데 앉혀 도망가지 못하도록 감시 아닌 감시를 했다. 병원 로비 천장이 무척이나 높고 공허하게 느껴졌다. 우리는 어떠한 말도 주고받을 수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언니의 진료 차례가 왔다. 보호자로 아빠와 내가 우선 들어가 사전 상담을 진행했다. 의사 선생님은 핵심을 관통하는 질문을 던졌다. 나는 내가 치료를 받고 있고, 언니가 경계선 지능인이 의심된다고 말했다. 또 누군가에게 가스라이팅 당하고 있어 통제불능 상태이며, 지나친 충동성을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입원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나의 생각도 전달했다. 

이후 가족 모두가 들어와 짧은 확인 시간을 가졌다. (보호자는 입원을 원하고 있었기 때문에) 본인의 의사에 따라 동의 입원이 될지 강제 입원이 될지의 여부가 바뀐다고 하였다. 언니는 우물쭈물 대며 잘 모르겠다고 했다. 의사 선생님은 계속해서 동의 입원의 장점을 들며 설득했다. 언니는 마지못해 "그럼 입원할게요"라고 답했다. 생각보다 수월하게(?) 입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에겐 심각했던 상황임에도 의사 선생님은 의연하게 받아들였다. 역시 내 상처는 커 보이는 법인가 보다. 




언니는 입원을 위한 간단한 신체검사를 안내받고 있었다. 그때 간호사 선생님이 청전벽력 같은 말씀을 하셨다. "환자 휴대폰 소지는 가능하며, 하루에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제한되어 있어요."라고. 

부모님과 내가 병원에 언니를 데려 온 가장 큰 이유는, 휴대폰으로 일어날 수 있는 범죄. 그것을 막는 것이었다. 그런데 휴대폰 사용이 가능하다니. 

"휴대폰을 주지 않으면 안 되나요?" 아빠가 물었다. 

"그것은 환자의 인권 보호와 관련 있으며, 강제로 주지 않는 것은 위법 사항이라 저희 병원에서 추후에 벌금을 내야 합니다" 간호사가 답했다. 

결국 환자의 동의 없이 휴대폰을 주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말이었다. 언니는 이미 입원 절차를 밟고 있었는데, 부모님과 나는 갑자기 입원을 시키는 게 맞는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지금이라도 밖에 데려나가 키즈폰이나 2G 폰을 개설해 와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던 와중에 아빠 친구에게서 연락이 와 개인 회생 관련해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가 보라는 조언을 받았다. 

긴 입원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병원 측에 양해를 구하고, 잠시 변호사 사무실에 들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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