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밤, 저마다 그리 가을을 탑니다.(20년 11월 가을 어느 밤)
한 여름, 푸른 손 하늘 가득 흔들어 대던 나뭇가지도
이 가을밤, 재 넘는 바람 곁
마른 손 바스락 거리며 옷깃을 여미어 봅니다.
뭐가 그리도 그리운지
저마다 알록달록 추억을 접어
나무에 잠시 달아보곤
그 가을밤, 밤바람에 날려 보내요.
나무들도, 저마다 그리 가을을 탑니다.
여름밤 내내
하늘 위 선명하게, 쏟아지듯 요란히 빛나던 별들도
이 가을밤
구름 떠난 자리에 홀로 남아
찡끗거리듯 눈만 깜빡입니다.
더위를 피해 구름에 숨어, 잠시 자리를 옮겼을
뿐인데
구름은 온데간데없고 그리 홀로 남았습니다.
길을 잃어 이제 보니, 계절을 따랐더랬습니다.
별들도, 저마다 그리 가을을 탑니다.
나뭇가지 사이, 여름내 노래하던 동무들은
어느새 훌쩍 떠나고
이제, 나무 아래 수풀사이
그리움만 가득한 친구들만 대신 남아
그 그리움에 서러워
가을 밤새 울어 봅니다.
풀벌레도, 저마다 그리 슬피 가을을 탑니다.
푸르던 피부를 고개 숙인 채 노랗게 태워버린
볏잎도 낫을 기다리고
푸르고 야물던 몸이, 연하고 곱게 붉어진 홍시도
까치를 기다립니다.
깊어가는 가을 하늘
아련히 흔들리는 푸른 달 아래
나무도, 하늘도, 별도, 그리고 대지 위 모든
생명들도 그렇게
그래요, 가을밤, 저마다 그리 가을을 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