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아침 루틴을 찾아가는 여정
일을 시작하게 되고, 2023년이 새로 밝기 시작하면서 조금 더 건강하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안 그래도 약한 위에 신 음식, 매운 음식을 좋아하다 보니 작년 11월에는 탈이 나서 꽤나 고생했고, 그 여파가 12월까지도 종종 이어지길래 이제 나도 제대로 건강을 챙겨야 할 때인가 보다, 생각하고 나의 루틴을 정하기로 했다.
나는 계획적인 사람이다. 다이어리/일기를 꾸준히 써왔고, 체크리스트는 물론이다. 체크리스트 같은 경우에는 늘 쓰다 말다 했지만, 다이어리, 그러니까 일기는 20대 초반부터 꾸준히 써왔기에 이제 쓰지 않으면 이상하다. 글을 쓰고 읽는 것은 언제나 나의 일상이자 루틴 중 하나로 자리 잡혔다.
나는 새해나 크리스마스 같은 기념일을 잘 챙기지 않는다. 남자친구가 생기더라도 딱히 기념일에 신경 쓰지 않는 편이고, 결혼을 하게 된다면 결혼식도 되도록이면 올리고 싶지 않다. 2023년 새해가 밝았다고 해서 목표를 세우고 나의 루틴을 새롭게 정한 건 아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목표는 하나만 정해진 것이 아닌 늘 추가되고 빠지기도 한다. 처음에는 목표를 정한 걸 빼는 게 자기 합리화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집착하지 않게 된 방법을 찾은 것 같다. 그리고 늘 하고 싶었던 것들을 미루기만 하다가 이제야 하고 싶은 의지가 생겼달까. 해야지, 해야지 미루다가 하지 않는 건 그냥 하기 싫다는 선택을 내린 것이다. 그러니 무언가를 해야 하는데 하지 않는 본인의 모습을 보고 실망하고 자책하기보다는 그냥 지금은 하기 싫은가 보다, 하는 날들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의 목표에 대해서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앞서 말했듯이 나는 계획적인 사람이기 때문에 목표 달성을 위해 목표를 매우 세분화하지만 여기서 밝히지는 않겠다), 남들과 비슷하게 책 읽기, 돈 모으기, 영어, 운동 등이 있다. 내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설정하고 이것들을 이루기 위해서 1년을 한 달로 쪼개고, 한 달을 일주일로 쪼개고, 일주일을 하루에 쪼갰다.
늘 책을 읽어야지 했지만, 일 년에 몇 권을 읽는지, 내가 그 책을 읽고 어떤 걸 느끼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는 항상 안개가 낀 듯한 느낌이 있었기에 이번에는 아예 1년에 몇 권 읽겠다 목표를 세우고 읽고 나면 지체하지 않고 독서노트를 쓰기로 했다. 돈 모으기 또한 일 년에 얼마를 모을 거고,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계획을 짰고, 연봉 협상을 한다면 얼마를 타깃으로 할 것인지 또한 정했다(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영어는 이번 연도 안에 시험을 다시 볼 예정이라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회화는 나도 어떻게 해야 할지 아직 잘 모르겠다. 그리고 나는 한국에서 요가를 꾸준히 해왔는데, 캐나다에 오면서는 요가를 하러 가기에 애매해서 그냥 간단하게 집에서 하고는 했다. 하지만 이번에 요가소년에서 1월 요가 챌린지를 해주시길래 꼬박꼬박 따라 하고 있다.
나는 출근 시간이 9시 반까지다. 출퇴근은 걸어서 5분 정도라 사실 9시에 일어나서 대충 머리만 감고 출근해도 된다. 실제로 얼마 전까지도 8시 반에 일어나서 침대에서 미적거리다가 출근하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이렇게 시간을 쓰는 게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번뜩 들기 시작한 이후로는 나의 루틴을 찾아야 했다.
명상, 복근 운동, 요가, 영어 어플, 브런치 글 쓰기, 다이어리 쓰기, 책 읽기, 영어 뉴스 기사 읽기 등을 번갈아 가면서 시도해보고 있는데, 나는 아침 운동은 진짜 안 맞는 사람인 것 같다. 그래도 복근 운동과 같은 작은 근육 쓰는 운동은 괜찮은 것 같아서 아침에 해보려고 한다. 아직은 뒤죽박죽 섞여서 뭐가 내 아침 루틴인지 모르겠다. 하루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명상을 하고, 책을 읽고 다이어리를 쓰고 출근했다가, 하루는 명상을 하고 요가를 하고 다이어리를 쓰고 출근한다. 오늘은 또 갑자기 다이어리를 쓰고 요가를 하고 복근 운동을 하고 출근했다.
나는 성격이 급해서 시간 안에 다 해결하려면 해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니 모든 것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지고, 어느 순간 체크리스트를 채우는데만 혈안이 되어있어서 중간중간 심호흡을 해주는 것이 필요한듯하다. 그리고 다 해내지 않더라도 자책감은 가지지 않기로 했다. 아침에 저 모든 걸 다하려고 하니까 왜 사람들이 미라클 모닝을 하는지 알 것 같기도 하다. (근데 나는 진짜 아침형 인간이 아니다..)
굳이 루틴을 만들어야 하나 싶기도 하다가 매번 이것저것 번갈아가면서 하는 것보다는 하나로 정해서 조금 더 삶을 정렬하고 싶다. 그리고 일하면서 정돈되게 살아가기란 정말 힘들다는 사실을 점점 깨달아가고 있는 중이기에 조금 더 의식적으로 정렬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