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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an Nov 23. 2024

내가 캐나다에 사는 이유

나는 왜 불편한 캐나다에 살까

사람들은 말한다. 한국은 돈만 있으면 살기 진짜 좋은 곳이라고. 그럼 캐나다에 살고 있는 나는 다시 말한다. 외국에 살려면 돈이 진짜 많아야 한다고. 친구들이 왜 한국을 떠나 캐나다에 사는지 물어볼 때가 많다. 하지만 나는 단 한 번도 내가 왜 캐나다에 살고 있는지, 살고 있으려고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 것 같아, 오늘에서야 곰곰이 글을 쓰며 생각해 봤다.


한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은 캐나다에서는 아주 구하기 어려운 상품이 되고, 영주권 신청을 한 지 8개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나오지 않았고, 도어록 없이 열쇠를 사용하는 곳이 많고, 무언가 고치려고 하면 오랫동안 기다려야 하며, 공공기관이나 관공서 등에 연락을 하려면 하루 종일 전화기를 붙들고 있거나 휴가를 써서 다녀와야 할 만큼 느리다. 한국 다이소에서 1000원이면 살 수 있는 종이 카드를 6000-8000원이 넘게 주고 사야 하고 한국에서 흔한 그 레이저 겨드랑이 제모 한 번을 받으려면 5~10만 원은 든다. 스케일링 한 번에 보험이 없으면 20만 원이 넘는 돈을 내야 하고 같은 캐나다를 여행하려고 해도 비행기를 타고 가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 비행기 값, 호텔 값은 웬만한 유럽 여행 경비를 능가하는 건 덤. 은행에 일정 이상 돈이 들어가 있지 않으면 매달 사용료를 지불해야 하고, 주식을 사고 싶어서 주식 전용 앱에 돈을 송금하면 며칠씩 걸리기도 한다. 거리에는 노숙자들이 많고 대마가 합법인 나라이기에 대마 냄새도 아주 흔하게 맡아볼 수 있으며, 카페는 6시면 대부분 닫는다. 


이런 나라에서 내가 왜 영주권까지 받으면서 살아가려고 하는 걸까?


이유? 모른다. 처음에는 사실 꼭 캐나다가 아니더라도 영어를 사용할 수 있는 국가라면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는데, 옆 나라 미국에서 일어나는 총기 사건, 특정 인종 혐오 범죄 등을 보면 캐나다가 나은 것 같기도 하다. 특히 내가 살고 있는 토론토나 밴쿠버 같이 큰 도시는 아시안 커뮤니티가 매우 큰 편이고 인종차별이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사실 내가 느낀 바로는 인종차별보다는 문화적 차이나 언어 차별은 존재한다. 인종에 대한 차별도 존재한다. 특히 요즘에는 이민자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인도, 파키스탄 쪽에서 이민자가 많이 늘어나고 있는데, 그들을 향한 인종적 혐오가 심해지고 있고, 아시안, 흑인에 대한 인종적 편견과 고정관념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내 삶을 위협하거나 적어도 그들과 한 공간에 있는 내가 불편하지는 않다.


영어를 못해도 차별받는다. 그들은 차별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고 안 껴주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내 모국어로 어떻게 얼마나 말할 수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영어를 못하면 그냥 바보 같아 보이는 것은 사실이니까. 여기서 태어나고 자란 백인들과는 친해질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아시아에 대한 문화적, 역사적 지식이 없는 사람들이라면 아예 친해질 수가 없다. 나의 상사는 독일 필리핀 혼혈임에도 불구하고 아시아인인 내가 느끼기에 영락없는 백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캐나다에 사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을 구하기는 정말 정말 정말 힘들지만 미국처럼 자유롭게 나를 해고시킬 수 없고(하지만 나는 미국 회사 소속이라 언제든.. 흑) 워라밸도 좋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인종이 다양하고 한국에서 살 때는 생각하지도 못할 법한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어서 그 안에서 나도 모르는 숨통이 트인다. 각자의 삶의 모양이 다 다르고, 틀 안에 나를 맞추지도 않으며, 나이에 따라 친구가 나뉘지도 않고 어떤 성적 취향을 가졌는지에 따라 뒤에서 수군거리지도 않는다. 처음 캐나다에 왔을 때의 자유로움이 잊히지가 않는다. 비로소 사람들의 눈, 사회적 눈에서 잠시 벗어나 내가 입고 싶은 대로 입고 다니고 나의 나이를 잠시 잊고 살고 '이 나이라면' '어떠한 성별이라면'에 벗어날 수 있어서 좋았다. 언제까지 내가 캐나다에서 살 수 있을지, 살고 싶을지는 모르겠지만 나의 결정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여기에 와서 한국에서 듣기만 했던 일들을 직접 겪어보기도 하고, 한국에 살면 결코 알지 못했을 것들에 대해 경험하기도 하고 직접 느끼기도 했다. 미국과 가깝기에 기회가 많은 것도 사실이고, 실제로 미국에 있는 인플루언서들과 일을 하기도 하며 내년엔 약 300억짜리 투자 프로젝트에 투입되어서 일을 하게 될 예정이다. 중국 출장, 라스베이거스 출장은 물론, 본사인 텍사스도 갈 예정이고 보디빌더 사이에서 엄청나게 유명한 cbum, edm계에서 유명한 dj인 스티브 아오키를 위해서 일을 한다. 


다양한 사람들을 보며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모양, 모습의 삶이 많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삶의 모습에 어떠한 정답이 없다는 것을 배워간다. 내가 캐나다에 살고 있는 이유는 이러한 경험과 배움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나의 나라는 언제나 그리움이니 조만간 방문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본다(4년 동안 안감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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