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첫째가 결혼한다

by Sean

엄마를 닮은, 무던하기 짝이 없는 우리 집 첫째, 나의 언니가 결혼한다. 8년인가 9년인가.. 아님 10년인가의 연애를 마치고 생애 첫 남자친구와 결혼을 하게 되었다. 하나뿐인 언니이자 나와는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언니는 아주 무탈한 인생을 살다가 어찌어찌 결혼까지 하게 됐는데, 사실 나는 언니보다는 아빠의 마음이 더 걱정이다. 소위 말하는 '테토녀'인 엄마는 걱정이 덜 되지만, 마음이 여리고 잔정이 많은 아빠는 어쩌면 본인의 첫째보다 더 긴장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언니의 결혼식이 끝나면 엄마를 데리고 홍콩에 가기로 했다. 언니도 신혼여행을 가고, 나도 2주 뒤면 다시 캐나다에 돌아오니까 엄마랑 아빠의 마음이 적적하지 않도록 홍콩에 가자고 먼저 제안했다. 자식 바라기인 아빠는 집에 혼자 남을 아들이 걱정돼서 가지 않는다고 했지만, 인생은 한 치 앞도 모르는 것 아니겠는가. 집에서 뒹굴뒹굴 놀기만 할 것 같은 아빠의 막내아들도 취업을 해 9월부터 일을 하기 시작한다.


결국엔 첫째의 신혼여행, 둘째와 와이프의 홍콩 여행, 막내아들의 출근으로 인해 아빠 혼자 집에 남게 되었다. 엄마는 시골에 심어 놓은 고추를 관리해야 해서 아빠까지 갔으면 관리할 사람이 없었을 뻔했다며 다행이라고 했지만, 그래도 마음이 불편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생각해 보니 엄마랑 언니랑 남동생이랑 다 여행을 각각 가봤는데, 아빠랑 해외여행을 한 번도 가보지 않았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다. 자기는 관광하는 게 싫다며 발 아프고 걷는 것도 싫다고, 골프만 치러 가면 좋겠다는 아빠의 말이 진심인지 아닌지 헷갈린다. 그래도 해외에 나가 딸이 보호자 노릇을 하는 걸 보면 괜스레 뿌듯해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든다.


평생 나의 그늘로, 나의 보호자로 있어줄 것만 같았던 엄마랑 아빠는, 이제 점점 나이가 들고 힘이 없어진다. 첫째는 결혼을 하고, 둘째는 캐나다에서 살고, 막내도 이제 취업을 하면서 날갯짓을 하려고 하는데 그런 우리를 보는 엄마 아빠의 마음은 어떨까 걱정이 된다. 해외여행을 하면 영어를 못하는 엄마를 위해 내가 다 해야 하고, 나의 평생 보호자 일 것 같았던 부모에게 내가 보호자 역할을 하게 되는 날이 왔다. 엄마는 이게 자연의 섭리이고 순리라고 말하지만, 나는 그들의 마음이 걱정이 된다. 아빠도 때가 되면 부모는 자식을 떠나보내는 거라고 웃으면서 말하지만, 나는 어째 그 웃음이 시원하게만 느껴지지 않는다.


평생 자식만 보고 살아왔던 아빠가 자신의 첫사랑, 첫째의 결혼식에 어떤 표정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아빠는 어떤 마음으로 언니와 함께 버진로드에 오를 건지, 어떤 깊은 마음으로 언니의 행복을 빌게 될지 나는 감히 상상도 못 하겠다. 아빠가 안아보던 핏덩이 었던 우리 언니가 결혼을 한다. 아빠는 언니를 처음 안아보던 그때를 기억하겠지, 우리는 아빠가 기대하던 자식들로 잘 성장했는지 물어보고 싶다.


우리 집 첫째한테 잘하라고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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