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하고 싶어요
100% 재택, 캐나다에서 일하면서 미국 달러로 월급을 받고 자유로운 회사 분위기와 시기만 맞으면 한국에 한두달이고 갈 수 있는 환경. 이런 환경을 뒤로 하고 왜 나는 퇴사를 하고 싶을까? 지금 회사에 입사한지 2년이 다 되어간다. 지금의 상사를 전 회사에서 만나 정리해고를 함께 당하고 그녀는 나를 데리고 이 회사에 왔다. 그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게 자존심이 상해서 엉엉 울었던 기억이 있을만큼, 사실 난 그녀를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퇴사하고 싶은 이유의 70%는 족히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사 욕은 해봤자 내 얼굴에 침뱉기지만, 일단 제일 큰 이유이니 한 번 짚고 넘어가야지.
상사
그녀는 경쟁심도 강하고 메인 캐릭터 신드롬이 있다. 본인도 아시아 피가 섞여 있음에도 느껴지는 은근한 무시, 그녀는 자기 필요할 때만 아시아 사람이 된다. 그 외에는 백인. 솔직히 일을 못한다고 할 수는 없다. 성격도 안좋은데 일까지 못했으면 내가 그녀와 햇수로 4년째 일하는 일은 없었을거니까. 그녀와 일하면서 많이 배우기도 하고 울어보기도 하고 자존심이 너무 상해서 씩씩거리는 일도 있었다. 내가 영어가 완벽하지 않다고 해서 멍청한 게 아닌데 자꾸 나를 멍청한 사람으로 만드는 게 솔직히 아직도 가끔 분하다. 나 혼자만 이렇게 느끼는 줄 알았는데 이번 출장가서 다른 동료들을 만나고 나니 나만 운것도 아니었고 나만 느끼는 감정도 아니었다. 내 상사는 내가 굉장히 샤이한줄 안다. 그것도 그들에게 가서 내가 아시아 사람 특유의 샤이함이 있다고 말했다고, 이번 출장에서 들었다. 그녀는 나와 4년이나 일해도 나를 쥐뿔도 모른다. 그런데 내가 그녀의 손아귀에 있다고 믿으니 웃기고 자빠질 일이다. 그녀의 이야기는 일주일 내내 해도 마를 일이 없으니 여기까지 하고, 다음의 이유에 대해서 말해보려고 한다.
동료들과의 물리적 거리
나와 상사 빼고는 모두가 휴스턴에 있다. 동료들을 이번에 처음 실제로 만나보고 그들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정말 친절하고 잘해줬다. 동료애라는 게 진짜 있구나하고 느끼는 것을 넘어서 눈에 보였다. 동료들을 직접 만나보니 내게 필요한 것은 어쩌면 사람들과의 교류, 동료들과의 교류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짙게 여운을 남겼다. 내가 미국에서, 특히 텍사스에서는 살 일이 없을 것 같은데 캐나다 안에서 교류할 수 있는 인맥을 만드는 것이 내가 앞으로 살아가면서 더 좋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문화적 차이
이번 출장에서 느꼈다. '영어를 못한다고 해서 영어 원어민과 친구가 될 수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영어를 잘한다고 해서 원어민과 친구가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여전히 부족한 실력이지만 그들과 웃고 떠들 수 있는, 그들의 농담도 이해할 만큼 영어 실력이 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원어민이기 때문에, 같은 북미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 너무 많다. 난 그 주변에 사는 사람이 아니라 그들이 동네 이야기를 할 때 끼지 못하고, 그들과 내가 자라면서 봤던 연예인들이 달라서 대화에 낄 수가 없다.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만,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는 것을 이번 출장에서 뼈저리게 느꼈다. 캐나다는 그래도 특히 내가 살고 있는 토론토는 다양한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살기 때문에 마음이 더 편하다고 느낀다.
기회의 한계
내가 맡은 일도 잘하고 성실하게 일하기 때문에 나에 대한 팀원들의 믿음이 두둑한 것은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지만, 내가 원어민이 아니기 때문에 클라이언트 미팅이나 팀 미팅에서는 나에게 주도권을 절대 주지 않는다. 물론 내가 그 미팅들을 이끌어나갈 생각은 추호도 없기에 나도 할 말은 없지만, 나에게 주어진 일들이 한정적이게 느껴질 때가 많다. 이게 또 내 상사랑 연결이 되는데, 그녀가 내 성장을 막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녀가 이 회사의 실세이기도 해서 그런데, 나에게 자꾸 제한을 두는 느낌이 든다. 이건 다른 동료들도 모두 인지하고 있는 문제. 다들 처음엔 내가 내 상사의 비서나 오른팔 정도로 생각했다고 하니... 참 웃기고도 슬픈 일이다.
세상에 완벽한 회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어딜가나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고, 그걸 부정할 생각도 없다. 하지만 회사를 단순히 돈만 벌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그래도 내가 마음이 편안하고 성장할 수 있는 곳이었으면 한다. 우리 엄마아빠보다도 더 자주 만나고 얘기를 나누는 사람들인만큼, 적어도 내 마음이 편안한 곳에서 일하고 싶다는 마음이 점점 더 커진다. 지금 면접을 보고 있는 회사에 입사하는 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지만, 설령 떨어진다고 해도 당분간은 이직을 위해 계속 시도해보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