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노의 억울함에 관한 고찰
예정된 우연 하나씩 도미노처럼 연이어 놓여
너와의 시작에서 넘어짐을 시작했다
문득 구겨진 기분 하나에
더운 날 밤의 냄새가 말도 없이 삐뚤어졌다
도미노는 무엇보다 유기성을 지켜야 했으니
이전의 것에게서 간격과 방향과 힘 여느 것 모두 이어져야 했고
섣부른 욕심으로 목적지를 자처하다 보면
센 바람을 맞은 거미줄처럼 휘청거리기 일쑤였다
일자의 구간은 만끽할 틈도 없이 속도를 내주었고
느려진 나날들은 이미 손밖의 운명들에게
거추장스러운 동기만을 남겼다
기다려온 차례에도 지키지 못한 간격과
어긋난 쪽을 향한 방향, 힘은 용기처럼 모자랐고
남겨진 것들은 손쓸 새 없이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저 멀리 또렷한 것들이 도리어 비난을 가하면
가까이 넘어진 것들은 안도를, 넘어지지 못한 도미노는
그 시간의 흔적으로써 자리잡게 되었다
버려짐에 명백함에도
남겨진 것들에게 상상을 주었다는 이유만으로
그 도미노는 내일도 잊혀질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