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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하마 Jan 27. 2024

육아가 적성에 안 맞는 사람-2

꿈꾸던 일상 1. 새벽시간에 운동하고 책읽기

퇴근하고 어린 딸아이와 지지고 볶으며, 딸아이가 잠들기만을 기다렸다.

기저귀를 뗀 지 얼마 안 된 딸아이는 내가 옆에 누워 있어야 잠이 들곤 했다.

얼른 이 꼬마가 잠이 들어야 내가 운동도 하고 책을 읽을 텐데,

순조롭게 까무룩 잠이 드는 날은 일주일에 며칠 되지 않았다. 보통 한 시간 이상 그림책을 읽어달라고 가져오거나, 내 손을 만지작거리며 장난을 쳤다. 말똥말똥하게 뜬 깜찍한 눈은 날 울고 싶게 만들었다. 

한 시간 이상 딸아이 옆에 누워 잠들기를 기다리다 보면 너무 지치고 화가 났다.

계획하고 실천하기를 좋아하며 시간을 알차게 쓰던 나는 이 시간이 너무 아깝고 지루해 미칠 것 같았다.

결국 딸아이를 다그치며 울리기 일쑤였고, 그러다 잠든 딸아이를 보며 운동과 독서는 커녕 진이 빠지고 자괴감이 들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함께 까무룩 잠이 들었다가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 출근을 해야 할 때면, 내 일상이 너무나 허무하고 초라하기 그지 없어 못 견디게 짜증이 났다.


그러던 2019년 그 즈음, '미라클 모닝'이라는 것이 유행했다.

자기계발을 하는 직장인들이, 회식이나 약송으로 변동이 잦은 저녁 시간 대신 이른 새벽시간을 활용하는 방법이었다.

미라클 모닝을 다룬 유튜브영상들을 보게 됐다.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두시간동안 여유있게 운동도 하고, 명상도 하고, 읽고 쓰는 멋진 영상이였다.


그래. 이거다 싶었다.


그날부터 나는 딸아이를 재우는 밤 9시에 함께 잠들어서, 새벽 4시에 일어나고자 했다.


순조로웠던 첫 날과 둘째 날이 지나고.. 셋째 날.

새벽 4시에 부스스 일어나 운동 레깅스를 입고 홈트레이닝 영상을 켜던 찰나 아주 쎄...한 느낌이 들었다.

뒤돌아보니 4살 꼬마아이가 눈을 말똥말똥 뜨고 서 있었다.


"엄마 왜 나갔어, 혼자 있으면 무서워"


"....(제발...)지금 아침 아니야. 어린이는 자는 시간이야! 얼른 들어가서 자~~(제발제발)"


"혼자 깜깜한 곳에서 못 자. 엄마랑 같이 자야 해"...하며 울기 시작하는 딸


결국 그 날 딸아이를 다독이며 다시 재우다가 함께 잠들어버렸고, 미라클 모닝은 물건너 갔다.

그날 이후 딸아이는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새벽 4시에 일어나는 나를 따라 일어났다. 순간 걷잡을 수 없이 짜증이 치밀어 "왜 지금 일어나!! 얼른 자! 엄마 말 들어!"하고 마구마구 다그치다가 현타가 왔다. 아 이건 아니다. 안되는거구나.


나의 꿈꾸던 일상 첫 번쨰, 미라클 모닝, 새벽에 운동하고 독서하기는 실현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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