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처럼 열린 '게이오의 문'

정말 합격할 줄은..

by JIPPIL HAN

원서는 모두 제출되었고,

우리는 하루하루 기도하는 심정으로 합격자 발표일을 기다리고 있었다.


첫 합격의 스타트는 '明治大学(메이지 대학)'이었다.

목표로 하는 대학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출발이 좋았다.

빙그레 웃는 딸을 보니 나도 덩달아 안심이 되었다.


두 번째 합격은 '立教大学(릿쿄대학)'.

게이오만큼은 아니지만 훌륭한 대학이고,

특히 캠퍼스가 이쁘기로 유명한 곳이라서 차선책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게다가 딸은 EJU 성적우수자로 뽑혀 '1년 전액 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는 소식까지 함께 전해왔다.


다음은 '中央大学(추오대학)'과 同支社大学(도시샤 대학)'.

두 학교 모두 합격이었다.

이렇게 다 합격할 줄 알았으면 원서를 조금만 넣을 걸.

합격하고 나니 본전생각난다.

원서비는 한 학교, 한 학과 당 15만 원 이상이며 30만 원이 넘는 곳도 있다.

원서비만으로도 100만 원은 족히 들어갔다.


이제 남은 건 '慶応義塾大学(게이오대학)'뿐이다.

솔직히 우리 가족 모두 별 기대는 없었다.

게이오 대학 발표까지만 빨리 보고 릿쿄대학 입학수순을 밟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발표가 있던  2022년 2월 24일 (목) 오전 11시.

집에는 나와 딸, 강아지 이렇게 세 식구가 있었다.

나는 괜한 부담을 주기 싫어서 내 방에서 할 일을 하고 있었다.

아니, 하는 척을 하고 있었다. 하나도 관심 없다는 듯이...


그런데... 갑자기 딸 방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꺄~~ 악!!! 꺄~~ 악!!!"

"뭐야 뭐야 뭐야..!!!"


나는 놀라서 딸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딸의 눈에는 이미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었다.


"왜왜왜 왜 왜?? " '왜'를 열 번은 외친 거 같다.

"엄마!! 나 됐어!!! 됐어!! 게이오 됐다고!!" 딸은 손가락으로 노트북 화면을 가리키고 있었다.

"뭐? 진짜??? 꺄~악!!!! 꺄~악!!!"

화면엔 정말 合格’이라고 쓰여있었다.

합격.jpg 게이오대학 합격자 발표 화면


우리는 서로 부둥켜안고 펄쩍펄쩍 뛰면서 방안을 빙빙 돌았다.

강아지도 우리를 보고 '이 주인 놈들이 왜 이러나' 놀라 짖어대고 있었다.


"왈왈왈왈왈왈 왈왈왈왈왈 " 꺄~악~ 꺄~악

그야말로 난리 부르스..

살면서 무언가에 이렇게 기뻐해 본 일이 있었던가?

믿어지지 않았다. 정말 합격이라니..


믿기지 않는 소식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딸은 EJU 성적 우수자로 선정되어, JASSO(일본학생지원기구)에서 매달 48,000엔씩 1년간 장학금을 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점수가 살짝 모자라 아슬아슬하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성적 우수자라니!

아마도 6월 시험이 워낙 어려웠던 탓일 것이다.


그렇게 우리 딸은 일본 명문 사립대학 '게이오대학'의 새내기가 되었다.

내신 4등급이었던 딸의 도전은 그야말로 기적적인 성공한 거둔 것이다.


돌이켜보면, 딸은 1년 반 동안의 긴 터널과도 같은 답답하고 힘든 여정 속에서

단 한 마디 불평도 없이 묵묵히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우리 중 누구도 가 본 적 없는 그 길..

딸이 자신만의 신념으로 선택한 길이었다.

잘 되건 잘못되건 모든 것을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하는 '정말 외로운 길'이었을 것이다.

그 길을 투정 한번 부리는 법 없이, 조용히 그리고 차분하게 걸어와 준 딸이 너무나 대견했다.


우리는 딸의 뚝심과 끈기에 존경을 보냈고, 그 성취에 대해 하나님께 감사드렸다.

이 날은 딸이 태어난 날 만큼이나 나에게 영원히 잊을 수 없는 ‘기적 같은 하루’로 남아있을 것이다.


- 다음 회 최종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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