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민이가 폐렴에 걸려 일주일째 병실에 입원 중이다. 종민이는 오랜 병실 생활로 지루했던지 몸을 들썩이기 시작한다. 4인 병실에서 종민이의 자유는 대폭 축소될 수밖에 없었다.
때마침 병실에 종민이와 같은 반 친구인 민우가 입원했다. 민우는 마이코 바이러스로 열이 심하고 구토를 하였다. 종민이는 민우를 만나서 무척 반가웠던지 민우가 오자마자 놀겠다고 민우 침실 옆에 서 있는다.
나는 은근히 종민이의 행동이 걱정되었다.
“종민아, 민우는 아파서 온 거니까 옆에 가지 말거라. 아이는 쉬어야 해.”
종민이는 “알았어. 알았다고!” 하면서 민우 침대맡에 서 있다. 급기야 나는 종민이를 크게 불렀다.
“종민아!”
종민이는 기분이 나쁘다는 듯 툴툴거리며 오더니 침대 위에 털썩하며 눕는다. 그리고 한참을 침대에서 뒹굴뒹굴하더니 불만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묻는다.
“엄마, 나 저녁 먹고 민우랑 놀아도 돼요?”
“종민아, 민우가 아파서 민우 엄마가 허락해 줘야 놀 수 있어.”
어느 틈에 종민이는 민우를 따라 복도를 걸으며 말을 건다.
“민우야, 우리 저녁 먹고 놀자.”
“그래.”
저녁이 되어 민우가 침대에 앉아 카드를 만지며 놀고 있다. 종민이가 다가간다.
“민우야, 너 안 쓰는 거 있으면 나 줄래?”
“나 다 쓰는데.”
나는 다시 종민이를 불렀다.
“종민아.”
내가 종민이를 부르자, 종민이는 다시 툴툴거리며 침대로 와서 털썩 눕는다.
“종민아, 친구에게 물건을 달라고 하다니, 그런 말 하면 절대 안 되는 거야.”
“뭐….”
옆 침대에서 민우의 기침 소리가 계속 들린다. 종민이는 심심한지 병실 바닥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다가 혼잣말을 하기도 하고 자동차를 끌고 다니고 링거 줄을 흔들어 딱딱 소리를 낸다. 나는 종민이의 행동을 멈추고자 1층 로비로 가서 과자를 사주었다. 종민이는 씩씩하게 과자를 먹고 놀다가 병실로 들어가 저녁 9시 정각에 불이 꺼진 침대에 누웠다. 밤새 민우는 기침했다. 안쓰러웠다. 종민이도 세 번 일어나 화장실에 다녀왔다.
아침 7시가 되기 전에 일어난 종민이는 다시 큰소리를 내며 놀기 시작한다.
“종민아, 조용히 해. 사람들이 아직 자잖니.”
“알았다고.”
종민이는 일부러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려는 듯 큰소리로 “아! 잘 잤다!”라고 말한다든지, “아침이다!”, “아침밥 먹어야지.”이라고 하지 않아도 되는 말들을 큰 소리로 말하고 다녔다.
그러더니 병실 바닥에 누워 침대 칸막이를 발로 툭툭 건드리며 소리를 낸다.
“종민아, 어제 민우 매우 아팠어. 왜 그렇게 소리를 내. 그만 해.”
“더할 건데,”
“종민아, 엄마 화났어.”
“난 더 화났는데.”
종민이는 누워서 나를 약을 올리는 듯이 말한다. 나는 종민이를 끌고 복도로 나와 인적이 드문 곳으로 아이를 데려갔다.
“종민아, 자유에는 책임이 따라야 해.”
“그게 뭔 말이야. 어려워.”
“네가 편안하게 놀고 싶으면 주위 사람을 힘들게 하면 안 되는 거야. 그게 책임이야. 따라 해!”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
“네가 책임을 지지 않고 맘대로 하면 그건 방종이야. 방종이 뭐야?”
“몰라.”
종민이는 급기야 몸을 털며 입이 뾰족 나온다.
“모른다고!”
종민이는 무릎을 굽혔다 피면서 두 발을 툴툴거린다.
“네가 자기 편해지려고 아픈 사람이 있는 병실에서 소리내고 노는 건 방종이야. 네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면서 자기 맘대로 하는 걸 방종이라고 해.”
“알았다고요.”
더 잔소리 하는 건 의미가 없을 거 같았다.
“종민아, 차라리 옥상정원으로 가자.”
“싫어요. 마스크 써야 되잖아.”
“그럼 2층에 가서 텔레비전을 봐.”
“싫어요. 거기도 마스크 써야 되잖아.”
“자유로워지고 싶으면 책임! 마스크를 써야 해.“
“싫다고요.”
나는 할 수 없이 종민이를 데리고 다시 병실로 들어왔다.
아침 식사가 나왔다. 남편에게 전화해 종민이 ADHD약을 가져오라고 해서 약을 먹였다. 규칙이 많은 곳에서 자신을 억제하는 건 어렵다. 에너지가 많은 아이들은 더욱 어렵다. 아이가 나쁜 게 아니라 스스로 제어하기 어려운 것이다. 때때로 사람들은 말한다. 자기 주도적이고 적극적인 아이에게 약을 먹여 평범하게 만든다고. 그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함께 사는 사회에서 타인을 배려하지 못하고 자기 멋대로 군다면 결국 어른이 되어서도 다른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초등교육에서 예절을 가리키려 애쓰는 것이리라.
자유롭고 자기 주관이 강한 종민이는 분명 성장기가 지날 때쯤이면 행동이 많이 달라질 거로 생각한다. 전두엽이 성장하여 자기 억제력이 생기는 영향도 있겠지만, 가정 내의 교육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빠가 왔으면 좋겠어. 아빠는 나한테 잔소리 안 한다고.”
내가 좀 심한가. 너무 종민이의 자유는 생각지 않고 타인만 배려하라고 했나. 그러나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듯이 나는 그저 나의 기준을 아이에게 전할 뿐이다. 어쩌겠나, 종민이의 엄마가 나인 것을.
“종민아, 엄마는 네가 미워서 그러는 게 아니야.”
아침 식사 후에 산책을 다녀오니 민우는 이미 다른 병실로 자리를 옮겼다.
“민우랑 놀고 싶다.”
종민이는 텅 비어 버린 민우 침대를 보며 허전해한다.
“엄마, 내 잘못이 아니라고요.”
“종민아, 민우는 종민이보다 더 아픈 거야. 그러니까 잘 나을 수 있도록 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