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대다수인 소모임에서 '중년에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토론할 기회가 있었다. 모든 여성이 다 그렇치는 않겠지만 '소모임에 속한 중년 여성 대부분은 남편으로부터 자유를 꿈꾼다'고 했다. 나는 정반대의 생각을 하고 있어서 깜짝 놀랐다. 중년에 자녀들이 독립하게 되면 그동안 소홀했던 남편과의 관계가 더 좋아지고, 특히 노년에는 남편과 같이 여행을 하며 행복한 시간을 배우자와 같이 보낸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이 완전히 깨뜨려졌다. 여성들은 남편으로부터 자유를 원했고 시간적으로 공간적으로 독립하고 싶어 했다. 나는 그런 여성들의 입장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구체적으로 무엇으로부터 독립이냐"라고 물어보았다. 뜻밖의 대답을 들었다. "남편으로부터 독립하고 싶어. 아이들이 결혼하면 나도 독립해서 남편과 따로 살고 싶어."
얼마 전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와 비슷했다. 친구도 아내가 가끔 졸혼하자고 이야기를 할 때마다 가슴이 철렁거린다고 한다. 아내가 따로 살 집을 만들 돈이 없다고 단호하게 거절했다고 한다.
왜 여성들은 중년이 되면 남편으로부터 독립을 꿈꿀까? 여러 여성에게 물어보았다. "아직까지도 몰랐어? 여자들은 남자에 대한 피해 의식이 있어.” 뜻밖이었다.
우리 세대에는 유교적인 사고방식이 팽배해서 유년 시절에 여성들은 남성들에 비해서 많은 차별 대우를 받았다. 특히 아버지뿐 아니라 어머니도 아들만을 우대했다. 이것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것은 제사이다. 중부지방에서 제사는 남성만 참여할 수 있다. 딸은 남동생보다 나이가 많아도 남동생이 제사를 주관한다.
결혼하고 나서도 남성은 돈을 벌고, 여성은 가사 일을 하는 역할 분담이 되어 있다. 그런데 남성은 돈을 버는 일이 가정을 꾸리는 것이고, 여성은 보조자로 인식한다. 그래서 여성의 역할을 폄하하고 여성은 그냥 허드레만 하는 가정부로 취급하기 일상이다.
그러다 보니 여성들은 남성에 대한 피해의식이 있고, 남편이 자기 자신을 무시하고 가정은 남편 본인이 중심이라는 권위의식에 반발하는 마음이 깔려 있다.
나이가 들어 자녀들이 독립해 나가고 나면 경제력이 덜 필요해진다. 이제는 남편의 눈치를 덜 보게 된다. 남편도 이제 은퇴할 즈음이 되어서 경제력도 떨어지고 사회적 지위도 잃게 된다. 남성이 은퇴하고 나면 똑같이 백수가 되어 경제력이 떨어지고 동등한 존재가 되어가는데, 남성은 여전히 세끼 밥을 요구하고 잔소리를 한다. 특히 은퇴한 남성은 자존감이 약해져서 더욱 아내와 아이들에게 권위의식을 갖게 되고 흔한 말로 꼰대가 된다.
여성은 권위적이고 꼰대적인 남편을 떠나고 싶다. 혼자 사는 것이 속편하다. 혼자 살면 남편의 밥을 더 이상 해주지 않아도 되고, 남편의 잔소리를 듣지 않아도 되고, 세상에는 문화 생활도 할 것이 너무 많고, 만날 친구도 많다. 남편과 헤어져도 아쉬울 것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