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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상 중년심리 Aug 08. 2023

아내의 졸혼 요구는 과거의 모든 삶을 부정당하는 것이다

 50, 60대인 남성은 직장을 위해 개인적인 삶을 희생하며 살아왔다. 복지제도가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에 직장에 다녀서 돈을 벌지 않으면 생계를 유지할 수가 없었다. 회사에서 쫓겨나면 다양한 직업도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재취업도 매우 어려웠다. 회사를 때려치우고 싶을 때도 많았지만 이를 악물며 참고 견뎠다. 


 남성은 직장에서 일하고, 여성은 가정을 꾸리는 성 역할이 분명했다. 그러나 직장이 그렇게 만만치가 않다. 50대쯤 되면 임원으로 승진하느냐 부장에서 퇴직하느냐가 결정된다. 회사를 그만둔다는 것이 내 자존심의 문제도 되지만, 가족의 생계가 달린 문제이기도 했다. 그러나 임원으로 승진은 하늘의 별 따기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외부 인맥도 중요했지만 내부 인맥 관리도 중요했다. 매일 이런저런 술자리에 끌려다니다가 11~12시에 집에 돌아온다.


 지친 삶 속에서도 꿈이 있었다. 은퇴하고 나면 아내와 함께 행복한 미래가 올 줄 알았다. 젊은 날에 열심히 일하고 가족을 부양해야지만, 아이들이 독립하게 되면 이제 부부만의 오붓한 시간이 기다릴 줄 알았다.


 그런데 요즘 아내는 문득문득 지나가는 말로 졸혼 이야기를 한다. 처음에는 그냥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졸혼 이야기가 계속적으로 반복될수록 아내가 정말 졸혼을 꿈꾼다는 것이 확실해졌다.


 기가 막히다..........


 우리나라 사회에서 은퇴하고 나고 나면 현실적으로 재취업은 거의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사교육비도 많이 들고, 생계가 빠뜻하다보니 퇴직 후에 남는 것은 아파트 한 채, 퇴직금 그리고 국민연금이 전부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지 않은 상황에서 자녀들도 결혼시켜야 한다. 자녀들에게는 변두리에 있는 아파트 임차보증금이라도 만들어 주어야 하는데 만만치가 않다. 


 노후 준비로 머리가 아파 죽겠는데 아내는 나로부터 독립을 꿈꾼다. 

 내가 그동안 살아왔던 노력과 희생과 삶이 부정당한 것 같다........


 내 삶은 무엇인가? 혼란스럽다.

그동안 부모님을 부양하고, 가족을 위해서 희생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 것도 많았지만 대부분 포기했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밤늦게까지 일하고, 술 마시고,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았다. 


그동안 나 자신을 위해 살아오지 않았다. 내 건강을 돌본 일도 없다. 그런데 이 나이에 모든 삶이 부정당했다고 생각하니 참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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