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돈 스피크 잉글리시

by 난티

90년대, 학교에서 처음 영어를 배웠던 건 중학교부터였다. 물론, 대부분의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초등학교 때 사교육으로 영어를 접했지만, 정규 교과목은 중학교부터였다.


나는 유독 영어가 어려웠다. 영어가 외국어가 아닌 미국 사람들이 부러웠다. 문법 위주의 교육은 더 싫었고,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회화만이라도 잘하고 싶었다. 하지만 영어 울렁증인지 무언지 회화는 더더욱 어려웠다. 실제 영어 듣기 문제를 제대로 알아듣고 풀었던 기억은 거의 없는 것 같다.


그대로 나름의 위안은 있었다. 영어의 1등과 꼴찌의 큰 점수 차와는 달리, 영어 말하기, 발음에는 상대적으로 큰 격차가 없었다. 잘은 몰라도, 1등의 영어 발음도 영화에서 나오는 원어민의 발음과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 나는 여전히 영어를 못한다. 영어를 공부한 지 오래되며 오히려 퇴보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90년대와 달리 모두 영어를 잘하는 것 같다. 글과 시나리오만 써 온 나와 달리, 대학교 졸업과 취업, 승진 등을 위해 치열하게 영어를 공부한 결과가 아닐까 생각한다.


나보다 어린 세대는, 더욱 영어가 유창한 것 같다. 초등학교 입학 전에 이미 영어를 접하고, 원어민 선생님과 함께하며 자연스럽게 영어를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가까이 살펴보면 영어에 고통받고 힘겨워하는 아이들이 많겠지만, 멀리서 보면 모두 영어를 곧잘 할 것만 같다. 적어도, 최소한 나보다는 나을 것이다.


영어를 잘한다면, 나도 더욱 경쟁력 있는 작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글로벌 합작 작품에서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구사할 수 있을 것이고, 외국 대형 회사에서 직접 일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쨌거나, 나는 영어를 못한다. 영어 공부를 치열하게 못했으니, 당연한 결과라고도 생각한다. 그렇다고 내가 어려워하는 영어에 무리하게 시간을 투자하기보다는, 글을 한자라도 더 쓰거나 다른 자기 계발을 하는 것이 더 나은 길이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모든 사람이 수학을 잘할 필요가 없듯이, 영어도 모두가 잘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모든 것을 다 잘할 수는 없다. 나의 약점과 단점은 순순히 인정하고, 다른 장점으로 그것을 상쇄시키는 것. 그것이 효과적인 생존 전략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도 어린 학생들에게는, 영어 공부에 충실하라고 강조하고 싶다. 학창 시절에 영어를 포기하기에는 너무 이르고, 그것은 곧 정규 교육과정을 거부하는 것이기도 하니까. 나도 그때는 영어를, 적어도 점수를 포기하지는 않았다.


마지막으로 학창 시절 어디선가 들었던 달콤한 말, 하지만 (아직까지는) 터무니없는 말을 떠올리며 글을 마친다. 절대 그런 말에 넘어가지 않기를 바라며.


“한국말하면 실시간으로 번역하는 기계가 곧 나올 거야. 이제 영어 공부할 필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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