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발적 전업주부의 우울 11.
어릴 적 아버지에게 가장 듣기 싫었던 말은 ‘생산적인 일을 하라’였다. 생산성이란 무엇이며, 현재의 내 일상에는 그것이 왜 결여되어있다 판단하는 것이며, 설사 그것이 사실이라 쳐도 내가 왜 그래야만 하는지 같은 다양한 질문들에 대해서는 전혀 대답할 줄 모르는 말주변 없는 양반이 한심하다는 듯 쏴대는 잔소리가 싫었다.
아마 요즈음에 다시 그 말을 듣는다면 아무리 상대가 아버지라도 멱살잡이라도 할 기분이었다. 그 누구보다 나 스스로가 현재의 자신이 비생산적인 존재라는 걸 잘 알기 때문에.
비생산적인 내가 싫어서 괜히 안하던 살림도 열심히 하고, 여행준비도 도맡아 하고, 누가 읽는지 마는지도 모를 이런 글도 꾸준히 써왔던 것이 아닌가. 직업활동 외의 영역에서 자신의 가치들을 티끌만큼이나마 끌어 모아보려고.
어제 얼룩소에서 생소한 알림을 확인했다. 포인트를 받았다고. 흠, 이런 게 있었구나. 뭐 패스 끊을 때 쓰면 되는가, 했는데. 어랍쇼? 출금 가능? 어라라? 숫자가 좀 크다?
처음 이 글을 시작하면서 가능하면 여러 곳에서 읽혔으면 하는 바람에 이곳저곳에 글을 게시하기는 했다. 커뮤니티별 기능, 성향, 반응 등의 차이를 확인하며 이것저것 알아가던 중이었다.
그런데 포인트라니, 출금이라니, 돈이 된다니?!
마음이 동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김칫국 마실 수야 없는 일. 대수롭지 않게 여기려고 노력 중이다. 다만, 내 글이 그래도 읽어줄 만은 하다는 증거 정도로 여겨보려 한다. 나아가 조금 더 다양한 글을 쓰게 하는 동력이 되어준다면 아주 감사할 것 같다.
앞으로 조금 더 기쁜 마음으로 글쓰기에 시간을 할애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직 내 삶이 생산적인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이 글들은 생산적인 글이니까.
※ 오늘의 잘한 일
- 김칫국 마시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