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핑크솔트 Oct 29. 2022

[초등 3학년] 경계성 아이가 특수학급에서 나온 이유

초등 3학년 때의 전반적인 이야기 모음

루틴을 만들어준 담임


1학년 담임은 무자비했고,

2학년 담임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했다.


3학년 담임은 지후의 무기력을 인정하면서도 최소한의 것을 할 수 있는 아이로 학교의 루틴을 만들어주셨다.


우여곡절 많던 1, 2학년이 지나고 초등의 중간쯤을 향하고 있었다.

그래도 1, 2학년 때보다는 학교에 대한 거부감도 없고 학교생활에 대한 이해도가 많이 좋아졌다.

J 자체만 보자면 엄청 발전했다.

하지만 또래들과 비교하자면 아직도 많은 차이를 보였다.


3학년 선생님께 매번 전화로 지후의 피드백을 받는 것이 부모로서 정신적으로 힘들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하였다. 피드백을 받는다 함은 아이의 성장을 위해서 선생님과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누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나에게 심도 깊은 대화는 심도 깊은 상처로 다가왔다.


선생님의 육성으로 듣는 아이의 모자란 점을 들을 때면 아이를 잘못 키운 대역죄인 부모가 된듯한 기분이 들고 한다고 하는데 계속 질책만 듣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선생님과 내가 고민 끝에 만들어낸 피드백 방법은 A4용지에 오늘의 학습태도에 대해 교시별로 O,△,□, X로 표시하였다. 그래서 지후가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에 대해 대략적으로 알게 해 주셨다.


그래서 J는 더욱 수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유도해주었다.

3학년 선생님 덕에 J는 교시별 과목 교과서를 선생님의 지시 상항에 맞게 교과서를 펴고 그에 맞는 내용을 필기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수학이라던가 J가 따라잡기 어렵게 진도가 너무 빨리 나가는 날에는 여지없이 교과서는 공란으로 오고 피드백 용지에는 X가 수를 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생님과 매일 소통함으로써 아이는 많은 부분 자기 주도성을 가지고 수업을 따라가려는 의지를 보였다.

이것은 일년동안 선생님과 나의 피드백 용지로 일궈낸 값진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외부활동 모두 배제 



소풍, 운동회, 학년별 재롱잔치, 공개수업 등은 모두 배제되었다.

선생님께서 J를 같이 신경 쓰면서 함께 가시는 것이 어렵고 아직은 J가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하였다.

피드백 용지로 J의 학습습관을 많이 잡아주셨지만 사회성이 부족한 J이기에 더욱 그런 활동에 참여하길 바랬지만 선생님은 다수를 챙겨야 하는 입장이기에 부담스러워 보였다.

내가 보아도 아직은 아이들에게 관심도 없고 함께하는 활동에 의욕적이지 않는 J를 보자니 억지로 시키는 것에 한계를 느끼곤 했다.


이참에 학교의 모든 외부활동, 단체 활동을 빼고 엄마랑 데이트로 대체하였다.

첫째라서 연년생 을로 둘째 동생이 태어나고 막둥이와 5살 차이로 어린 시절을 엄마를 독차지하지 못한 시간들이 못내 짠했었는데 이참에 많은 시간을 J와 일대일로 보낼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조금 더 적극적으로 선생님께서 J를 이끌어 주셨으면 하는 아쉬움은 남았다.


꿔다 놓은 보릿자루



드디어 가만히 있는 아이가 되었다.

근데 그냥 가만히 상상의 나라에 멍하니 가만히 있는 아이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수업의 속도를 따가기 어려운 말 그대로 '꿔다 놓은 보릿자루가 되었다.'


1, 2학년 때만 해도 ADHD 성향이 강했던 J군은 수업시간에 가만히 있지를 못했다.

그때는 속으로 공부를 못해도 좋으니 그냥 남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꿔다 놓은 보릿자루가 목표였다.


"어머니 J가 매사에 의욕이 없고 무기력해 보입니다. 아무래도 소아 우울증이 아닐까요?"

"네? 소아 우울증이요?"


목표인 꿔다 높은 보릿자루가 되었는데...

이제는 가만히 있으니 소아 우울증이 아니냐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ADHD라는 큰 산을 넘어왔더니 이제는 소아 우울증이라니...

어휴... 내가 우울증에 걸릴 판이다.



그저 공부 못하는 아이와는 좀 다른데요.



자주 멍하니 있는 J를 3학년 담임은 무척이나 안타까워하셨다.

그 시간이 아깝다는 것이다.


"어머니 이 시간에 차라리 특수학급에 가서 일대일로 수업을 받는 것이 어떨까요?"

"네? 수업을 전혀 이해 못 하는 것도 아닌데요?"

"그렇긴 한데 현재 수업 속도가 J군이 따라가기에 벅찬 거 같아서요."

"선생님께서 J 때문에 많이 불편하신가요?"

"아니에요. 저의 의견은 모든 것이 J의 성장을 위한 의견입니다."

"그저 이렇게 시간을 죽이고 있기보다 수준에 맞는 수업을 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에요."

"선생님께서 불편하신 게 아니라면 본방에서 수업을 진행하고 싶습니다. "

"그래도 J의 학습결손이 걱정이 됩니다."

"선생님, J의 과목별 학습 진도는 주간 학습계획에 맞게 저와 함께 공부하고 있습니다. 걱정 마세요."

"음..."

"선생님 혹시 반 아이들이 모두 공부를 잘하나요?"

"아니요. 물론 J보다 진도를 더 못 따라가는 친구들도 적지 않게 있습니다."

"선생님, 그냥 J를 그저 공부 못하는 반 아이 중 하나로 생각해주시면 안 될까요?"

"하지만 J는 그저 공부 못하는 아이와는 다른데요."


긴 통화를 마치고 뜨거운 핸드폰을 보니 통화시간이 2시간이 넘어섰다.

뜨거움 핸드폰만큼이나 나의 마음이 달아올라왔다.

통화를 마치고 집에서 나와 과목별로 풀고 있는 문제집을 사진 찍어 선생님께 보내주었다.

꼭 반에서 수업을 하고 싶다는 의지의 문자와 함께 말이다.



'멍'을 인정해주는 선생님



선생님께서는 결국 J의 멍을 인정해주면서 반에 남아서 수업하는 것으로 결정을 지었다.

시도 때도 없이 '멍'하니 있을 때 선생님께서는 J에게 물으셨다.


"J야 오늘 우리가 배운 내용은 뭘까?"

"글쎄요? 몰라요."

"J야 '멍'하고 있을 때 무슨 생각을 하니?"

"비밀인데요. 아주 재밌는 생각이지만 말할 수 없습니다."

"J야 오늘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이 있는 만화책이야. 한번 읽어볼래?"


그날 이후 J는 수업시간에 학습만화책을 읽는 유일한 아이로 남게 되었다.

학습만화를 접하므로 J는 잡학 다식한 배경지식을 쌓게 되었다.


선생님께서는 멍하니 있으면서 시간을 보낼 바에는 만화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라는 배려였다.

하지만 나중에 수업시간에 만화책을 못 읽게 하는 행동교정을 할 때는 꽤 애를 먹어야 했다.



내가 결국 특수학급에서 나온 이유


3학년, 반에서 큰 피해를 주지 않고 나와는 일대일 홈스쿨링을 진행하면서 학습 진도도 꽤 따라갈 수 있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속도에 맞게 수업시간을 알차게 보내지 못했던 J를 담임선생님께서는 특수학급을 가길 원하셨다. 

하지만 특수학급에서는 더욱더 손이 엄청 많이 가는 학생 위주의 수업이 진행되었다.

특수학급에서도 J는 만화책을 읽고 일대일 수업을 할 수 없는 실정이었디.

이러나저러나 방임될 바에는 반에서 친구들 노는 거라도 구경하며 사회성을 키우기 위해서였다.

J를 위해서 특수학급을 가라는 것은 왠지 선생님이 불편하신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그 후로 J는 졸업하는 이 순간까지 특수학급에 소속은 되어있지만 원반에서 수업(완전 통합)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J도 많이 힘들어했지만 6학년이 된 지금에서 돌이켜 보니 잘한 선택 이었던 것 같다.

모든 사람들이 그렇듯 J에게도 자극은 스트레스도 주었지만 성장할 수 있는 계기도 마련해 주 기 때문이다.



이전 14화 [초등 2학년] 우리 아이는 우영우는 아닌데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