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목일을 앞둔 4월 첫째날 김브라더스의 텃밭라이프가 시작되었다. 어떤 아이를 심을까 고민하다 먼저 난이도가 쉬우면서도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하다는 상추를 심어보기로 했다. 고기를 좋아하는 짝꿍도 첫 작물이 마음에 드는 눈치였다. 둘은 목장갑을 장착하고 호미를 하나씩 들고 호기롭게 나섰다. 그런데 웬걸 1평 남짓한 조그만 땅에서 이렇게나 많은 돌이 나올 수 있는걸까? 크고 작은 돌멩이들이 파도 파도 끝 없이 나왔다. 간단히 밭을 고르고 쿠*에서 산 비료를 넉넉하게 뿌려 준 다음 그 위에 미리 사둔 상추 모종을 심었다. 물은 흙이 모두 젖을 정도로 흠뻑 주어야 한다는 말을 듣고 물도 아낌 없이 주었다.
그런데 무슨일인지 모종을 심고 몇일을 기다려도 상추들이 힘 없이 시들시들했다. 원래 초반에는 이런가 생각하기엔 파릇파릇 싱싱하기만한 다른 밭들의 식물들이 '전혀 그렇지 않아요'라고 말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척박한 땅 탓에 뿌리가 전혀 내리지를 못한 것 같았다. 첫날 겉 표면만 슬쩍 흙을 고르고 깉게 갚아엎지 않은 안일함의 대가였다. 임시방편으로 남은 비료를 몽땅 쏟아붓고 매일 물을 주며 기다려보았지만 소용없었다.
그렇게 2주라는 시간이 속절없이 흐르고 하늘에 구멍난것 처럼 폭우가 내리는 어느날, 우리는 일생일대의 결단을 내렸다. 작고 여린 모종들을 다 뽑고 흙을 정비한뒤 다시 심기로 말이다. 모자와 우비를 야무지게 쓰고 비료 푸대자루를 옮기는 우리는 흡사 범죄영화에 나올것 같은 모습이였다. "어디 묻을까" 사뭇 진지한 농담을 하며 각오를 다졌다. 그날 비를 맞으며 온통 흙투성이가 되는 경험은 특별했다. 빗소리 때문에 서로의 말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나온지 1분도 안되서 이미 몰골은 처참해졌기 때문에 옷에 흙이 묻을까, 누가 쳐다볼까 신경쓰지 않았다. 오롯이 흙을 파헤치는 행위에 집중했다. 빗줄기는 시원했고 온몸에서 아드레날린이 솟구쳤다. 과연 우리의 연약한 상추들은 무사했을까?
ps. 잡초라도 자랐으면 좋겠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