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오래된 골목을 지났다.
우연히는 아니고, 아스라이 간직한 추억이 그리워 일부러 그 먼 곳을 갔다.
어린 시절 자주 드나들던 빵집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고, 세월을 머금은 간판이 햇살에 부드럽게 빛났다.
가게 문을 열자 퍼지는 고소한 냄새. 어릴 때 손에 쥐고 뛰어다녔던, 그 따끈한 빵 냄새였다.
손에 쥔 빵은 어쩌면 조금 작아졌고, 포장지의 색은 바뀌었지만,
그 맛은 여전했다.
잊고 살았던 기억들이 하나둘 고개를 들었다.
어린 시절 나의 친구들, 아무 걱정 없이 하루를 보내던 계절들.
살다 보면 익숙한 것들은 너무 쉽게 손에서 놓아진다.
바쁘게 달리느라, 더 새롭고 반짝이는 것들에 눈을 빼앗겨서.
그렇게 잊힌 기억들이, 어느새 마음속에서 작은 그리움으로 자라난다.
오랜만에 다시 마주한 익숙한 것들은, 그저 '옛날'이 아니었다.
그때의 나를 품고 있었고,
나조차 잊고 지낸 기억들을 조심스레 불러냈다.
익숙함은 따뜻했다.
익숙함은, 어쩌면 사랑이다.
마음 깊은 곳엔 변하지 않는 어떤 온도가 있다.
오늘 그 온도에, 가만히 손을 담갔다.
그리고 조심스레 속삭였다.
"오랜만이야. 많이 보고 싶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