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참다 참다 약을 먹었다. 한쪽을 사정없이 찔러대는 편두통과 함께 눈과 목은 이미 내 것이 아니었다. 약 없이 도저히 버텨낼 자신이 없었다. 웬만하면 약을 안 먹으려고 하는데 어제는 자신이 없어 상비약을 입에 털어 넣었다.
아프고 나니 세상이 달라 보인다.
아침까지 내리던 비는 언제 그랬냐는 듯 자취를 감춰버렸고 비를 한껏 품은 회색구름도 뽀얀 뭉게구름에 점차 밀려나고 있었다.
어제보다 통증이 덜하니 살 것 같았다. 따뜻한 커피 한잔을 들고 작업실로 향했고, 어제 못한 일들을 하나씩 처리하기 시작했다. '그래, 이맛이지' 커피 한 모금에도 행복했지만, 도장 깨기 하듯 내 목표치를 달성해 나가는 것은 커피 한 모금보다 더욱 진한 행복을 선사했다.
요즘 들어 '건강'이라는 언어가 자꾸만 귀에 박힌다. 아프고 나니 더 강하게 다가온다. 어리석게도 일을 조금더 하기 위해 운동하던 시간을 대폭 줄였다. 욕심이 건강을 해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다시 한번 루틴을 점검했고, 건강을 위해 시간을 투자하기로 마음먹었다. 계획만 다시 재정립한 것뿐인데 벌써 무언가 이룬듯한 기분이 든다. 아픔 덕분에 무엇이 중요한지, 어떤 게 나를 위하는 일인지 다시 한번 살펴보는 계기가 되었다. 몸이 회복되니 마음도 회복된 것처럼 가벼워졌다. 건강이 우선이라는 식상한 말이 어찌 보면 진리라는 생각이 든다.
아직 완벽하게 낫진 않았지만 내일은 더 좋아질 거라 믿는다. 좋아진 몸과 마음으로 건강도 챙기고, 나의 일상에 보물처럼 숨어있는 행복도 찾도록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