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그리 더웠나 싶을 만큼 아침, 저녁으로는 꽤 쌀쌀해졌다. 외투 없이 조금 거닐다 보면 닭살이 삐져나올 것 같은 추위도 느껴진다. 평일아침, 아이들을 학교에 갈 수 있게 태워주고 나면 출근시간까지 시간이 꽤 남는다. 차에서 화장을 하는데도 35~40분이 남는다. 여름이 오기 전까지는 그 시간 동안 걷기를 했다. 이어폰을 한쪽만 꽂은 채 신앙프로그램을 들으며 믿음을 키워나가기도 했다. 그렇게 걷고 출근을 하면 힘들 거라던 주위사람들의 염려와는 다르게 더 에너지가 넘치고 힘이 솟았다. 그 맛을 느낀 이후로 아침마다 걷기를 계속해나갔지만 여름이오며 걷기를 포기하고 차에서 독서를 했다. 틈새시간을 잘 이용하면 일주일에 2권은 거뜬히 읽을 수 있었다. 여름에는 마음에 양식을 채웠고 가을을 느낄 수 있는 날씨가 되자 걷기를 다시 시작했다.
미리 사두었던 새 운동화를 꺼내 신고 걸었다. 가을이라 그런가? 사진만 찍으면 하늘이 너무 청명하고 아름답게 나왔다. 하늘이 다했다는 말이 나올 만큼 예뻤다. 그런 사진은 혼자보기 아까워 단톡방 여러 곳에 뿌리기도 했다. 아침부터 이상한 직원 때문에 힘들었는데 사진 보고 제대로 힐링했다는 말을 해주신 분이 계셨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내 기분이 더 좋아졌다. 그럴 땐 나누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제는 이어폰을 차에 두고 걸으러 나오는 바람에 귀에게 자유를 줄 수밖에 없었다. 이어폰 없이 고요하게 걷는 맛도 꽤 괜찮았다. 글이 안 써지면 밖에 나가 걸어라던 작가님들의 말씀이 귓가에 맴돌았다. 걷다 보니 진짜로 여러 가지 생각들이 오고 간다. '역시 걸어야 되나 보다' 걷기의 힘을 다시 한번 느껴본다. 상쾌한 공기, 푸른 풀내음, 땀구멍을 비집고 나오는 땀이 그리 반갑고 좋을 수가 없다. 오늘도 운동화끈을 고쳐 묶는다. 나는 오늘도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