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특히 몸과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직접적으로 만나게 되면서 느끼는 것들이 있습니다. 병의 경중을 떠나서 자신이 스스로에게 갖는 마음의 태도가 때로는 몸의 아픔보다 크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아픔이 지금에 있다면 현재에 집중해서 최대한 너무 먼 미래까지 가지않게 오늘을 집중해서 살아야하고 오늘의 나를 더 아껴주어야 한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요즘 즐겨듣는 허준이 교수님의 서울대 졸업축사 일부분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 지난 몇 천일, 혹은 다가올 몇 천일간의 온갖 기대와 실망, 친절과 부조리,행운과 불행, 그새 무섭도록 반복적인 일상의 세부사항은 말하기에도, 듣기에도 힘들거니와 격려와 축하라는 본래의 목적에도 어울리지 않을 것입니다. 구체화한 마음은 부적절하거나 초라합니다.
제 대학생활은 잘 포장해서 이야기해도 길 잃음의 연속이었습니다. 똑똑하면서 건강하고 성실하기까지 한 주위 수많은 친구를 보면서 나같은 사람은 뭘 하며 살아야 하나 고민했습니다. 잘 쉬고 돌아오라던 어느 은사님의 말씀이, 듬성듬성해진 성적표 위에서 아직도 저를 쳐다보고 있는 듯 합니다.
지금 듣고 계신분들도 정도의 차이와 방향의 다름이 있을지언정 지난 몇 년간 본질적으로 비슷한 과정을 거쳤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제 더 큰 도전, 불확실하고, 불투명하고, 끝은 있지만 잘 보이진 않는 매일의 반복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힘들수도, 생각만큼 힘들 수도 있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어른입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하라. 편안하고 안전한 길을 거부하라. 타협하지 말고 자신의 진짜 꿈을 쫓아라. 모두 좋은 조언이고 사회의 입장에서는 특히나 유용한 말입니다만, 개인의 입장은 다를 수 있음을 여러분은 이미 고민해 봤습니다. 제로섬 상대평가의 몇가지 퉁명스러운 기준을 따른다면, 일부만이 예외적으로 성공할 것입니다.
여러 변덕스러운 우연이, 지쳐버린 타인이, 그리고 누구보다 자신이 자신에게 모질게 굴 수 있으니 마음 단단히 먹기 바랍니다. 나는 커서 어떻게 살까, 오래된 질문을 오늘부터 매일이 대답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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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례와 혐오와 경쟁과 분열과 비교와 나태와 허무의 달콤함에 길들지 말길, 의미와 무의미의 온갖 폭력을 이겨내고 하루하루를 온전히 경험하길, 그 끝에서 오래 기다리고 있는 낯선 나를 아무 아쉬움없이 맞이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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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을 내가 아직 기억하지 못하는 먼 미래의 자신으로, 자신을 잠시지만 지금 여기서 온전히 함께하고 있는 타인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궁금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