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 같은 만남

by 이혜연


"시를 쓰는 순간은

가장 멀리 혼잣말을 쓸 때"

이제야 산문집 <시가 되는 순간들> 중에서


당산역에서 합정역으로 가는 지하철에서 만난 서울의 풍경은 매일이 다른 인상을 준다. 어느 날은 휑하고 낯선 사각건물들이 즐비한 모습이었다가, 또 다른 어떤 날엔 푸른 나무들과 하얀 구름들이 지배하고 있는 하늘도시가 된다. 도시 한가운데 유유히 흐르는 한강이 끝없는 하늘을 담은 채로 흐르는 모습을 보면 나는 그 중간 어디쯤에서 잠시 차원의 게이트를 지나가는 나그네임을 실감하게 되기도 한다.


또 어떤 날은 무섭도록 불어난 강물 위로 어디서부터 떠내려왔는지 모르는 조각나고 너덜너덜해진 한 때는 누군가의 것이었을 혹은 귀한 것들의 한 귀퉁이 었을 것들이 쓰레기처럼 버려진 채 아무 저항 없이 끌려내려 가는 모습들을 볼 때도 있고, 먹구름 낮게 깔린 흐릿한 회색 공간으로 빗살처럼 쏟아지는 비들의 소리 없는 외침이 들리는 때도 있다. 그런 순간들은 내게 끊임없이 무언가를 말하고 싶어 하지만 나는 볼 줄도 모르도 들을 줄도 모르는 사람처럼 그들의 이야기를 전할 방법을 찾지 못한 채 무심하게 눈만 껌뻑일 뿐이다.


그러니 아무리 기다려도 네게 닿고 싶은 이야기나 너에게 들려줄 말이 떠오를 리 없고, 내 안에 웅크린 나 자신에게도 해줄 말이 없다. 가장 멀리 보내고 싶은 혼잣말이라니... 지금의 내게 그런 말이 있긴 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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