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로운 가을처럼

by 이혜연
향기로운 가을처럼

푸르고 투명한 가을 하늘을

두 손 가득 한 움큼 떠서 마셔보면

시원한 박하향이

혀끝을 맴도는 것 같기도 하고

부드러운 코스모스 향처럼 스며들기도 하다가

두터운 자줏빛 벨벳처럼

지친 몸을 감싸주기도 한다


가장 먼저 가을빛을 떨구는 벚나무길을

자박자박 걷다 보면

망울망울 노란 꽃대를 밀어 올리는 국화와

볏을 빳빳이 세우고 늠름하게 버티고 서있는

맨드라미 군대를 지나치게 되고

하늘하늘 눈웃음이 예쁜

코스모스 아가씨 무리를 마주치게 된다


풋풋한 봄사랑과 달리

가을에 그리워지는 사랑은

길들여진 손때가 묻어나는 마음이다


조금은 빛이 바래고

세월이 좀먹은 낡은 사랑을 그리다

낙엽이 타는 냄새와 함께

바스락대는 커피 향에 마음을 달래며

헛헛해지는 마음을 채워보는

가을,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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