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비 오는 날, 오후

by 이혜연


여름 내내 작디작은 나라에 어느 곳은 홍수를 어느 곳은 가뭄을 불러오더니 계절이 바뀌려는지 오늘은 온 동네 비를 뿌리며 가을을 데리고 왔다. 반팔에 드러난 팔뚝에 오소소 한기가 드는 바람이 불어왔다. 쇳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가을비는 온갖 따스한 것들을 생각나게 했다.


늦은 오후의 달달한 카페라테, 지하철 역 근처의 붕어빵장사, 어릴 적 마을 어귀에 들어서면 진하게 풍겼던 청국장 냄새, 빗속을 달려 대문을 열면 가마솥에서 찐 술빵냄새까지 그리워졌다.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가는 길, 지나치는 역마다 그리운 사람들이 타고 내리기를 반복하다가 하차하니 우산이 없는 나를 위해 마중 나와준 신랑이 손을 흔들고 있었다. 지나간 것들, 그리운 것들보다 지금, 따끈한 온도가 물씬 느껴지는 신랑의 옆자리가 더 포근하게 느껴지는 날이었다.


이렇게 둘이서 보폭을 맞추어 걷다 보면 계절이 바뀌고, 가을이 오고, 다시 또 한 해를 산다 해도 감사한 날들이 이어질 거라 믿게 된다. 오후의 푸딩처럼 보드라운 서로의 마음에 달큼하게 스며드는 날들이 추운 계절까지 내내 함께 하길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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