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며칠은 정말 심하게 잠이 안 올 때가 있다. 오른쪽으로 눕고 왼쪽으로 누워도, 전 세계 양이란 양은 다 세어봐도 정신은 더 또렷해지는 그런 밤이 있다. 예전엔 억지로 침대에 누워 숙제하듯 잠을 청했는데 요즘은 그냥 일어나 책을 읽던지 그림을 그린다. 그러다 한 번씩 지금의 내 위치를 가늠해보곤 한다. 어느새 11월도 중순이고 날은 급격하게 추워졌다. 올해 나는 무슨 일을 계획하고 추진했는지 생각하다 보면 멀리 희미한 것까지 보이곤 한다. 계획은 많았지만 두려움도 만만치 않아서일까 내 욕심만큼 달려오지 못했던 한 해였던 것 같다. 마치 불면증으로 끙끙 앓는 밤에 아침 해를 기다리듯 조바심 나고 기다림에 목마른 날들이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무언가 이루어 나간다는 것은 기다려서 오는 것이 아니라 때가 되어야 온다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다. 아무리 강렬한 욕망과 절절한 애원을 해도 봄은 가을을 데려오지 못하고 겨울 또한 여름을 데려오지 못한다. 씨앗을 심고 싹을 보려 기척 없는 빈 땅을 매번 뒤집어 볼 수는 없다.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는 것도 긴 어둠 같은 시간을 견뎌야만 비로소 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드러낼 수 있다. 사람도 만물들 중의 하나일 뿐 우주의 순서를 거스를 수는 없을 것이다. 잠이 안 온다고 혼자서 해를 떼어매고 내 방 창에 걸어둘 수는 없지 않을까. 잠이 안 오면 안 오는 데로 밤의 운치를 즐길 수 있는 기회가 오는 것이고 잠을 잘자면 잘 자는 대로 몸과 마음을 회복시킬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잠이 오지 않는 밤일 수록 밤을 예찬해 보자. 그렇게 어둠과 침묵의 시간을 통째로 혼자 차지하고서 온전히 내 숨소리와 나의 존재를 느껴보는 사치를 누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