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혜연 Oct 14. 2022

시간의 그늘에 들어서면

그때의 나는 어떤 생각을 하며 살게 될까

시간의 그늘에 들어서면

내가 운이 좋아

인생의 황혼기

그날까지

무사히 살아내고


어느 날

따스한 햇살이

가득한, 오후

그늘에 앉아

하루를 돌아보게 된다면


내게 남은 것은

무엇이 될까


가끔 나는 내가 늙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내 인생을 뒤돌아보며 소가 되새김질하듯 지나간 추억을 곱씹고 있을 어느 늦은 오후를 상상해보곤 한다.

나는 그때 어떤 기억을 가장 많이 곱씹고 있을까?


그때의 내가, 이제는 죽음의 문을 용감하게 열어져쳐야하는 충분히 살아온 내가, 기억하는 그 순간들을 우리 아이들에게 선물하고 싶다. 그래야 설마,  얼치기 없는 공부하는 모습을  선물하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선물하고 싶은 것들은 이것이다.

첫 번째는 자연에서 맘껏 놀던 유년의 추억을 선물할 것이다. 요놈은 메뚜기, 요놈은 여치., 모두 구분해 알지 못해도 요건 구워서 맛있는 것. 요건 비슷하지만 못 먹는 것 정도만 알아도 성공한 삶일 수 있다는 것도 경험해보게 하고 싶다.


두 번째 자주 맨발로 산책하라고 하고 싶다.

놀이터에서 신발 벗고 노는 애들은 딱 둘이다.

우리 첫째와 둘째.

신랑도 싫어하는 일 중에 하나지만 난 가끔 혼자서 산을 맨발로 뛰어다녔던 때의 자유로움을 아이들에게 선물해주고 싶다. 평발인 나도 맨발로 흙을 밟으며 산을 오르내릴 때는 피곤함보다 개운함이 많았었다. 몸을 항상 가볍게, 개운하게 유지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세 번째는 자주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길 바란다.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애미의 피가 섞였으니 어쩔 수 없이 그런 성향을 보일 테지만 그 시간 동안 충분히 자신을 채워나갈 수 있는 충만한 시간을 갖길 원한다.


그렇다면 지금의 나에겐 어떤 선물을 해야 할까..

좀 더  많은 시간 산책하길 바란다. 요즘 그림 그린다고 예전에 하루 종일 걷던 일들을 전혀 못하고 있다. 천천히 한강 따라 구리까지 왔다 갔다 했던 일이 꿈만 같다. 급한 일이 끝나면 겨울이 오기 전에 하루 종일  걷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내가 있던 자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