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re protein
오늘 아침, 뉴욕타임스를 펼쳤다.
〈The Morning〉 뉴스레터의 제목은 단백질 붐.
<<<Costco 진열대에서....>>>
팝콘부터 시리얼, 심지어 아이스크림까지
‘고단백’이라는 딱지를 달고 있다.
우리는 지금, 단백질 전성시대를 살고 있다.
내 손에는
‘고단백’, ‘저당’, ‘식물성’이란 글자가 적힌
작은 바 하나가 들려 있었다.
프로틴 바.
이것이 요즘 나의 아침이다.
커피 한 모금과 함께
달고 단단한 바를 씹으며 문득 생각했다.
나는 언제부터
아침밥 대신 이런 걸 먹기 시작했을까.
이민 초기에 우리는 아침마다 밥을 지었다.
전날 남은 밥에 물을 붓고,
김치 몇 조각과 계란 하나만 있으면
충분한 하루가 시작되었다.
그 밥 냄새.
그 익숙한 향이
낯선 땅에서의 고단함을 덜어주곤 했다.
밥은 그냥 음식이 아니었다.
우리의 중심이었고, 위로였고,
말보다 더 따뜻한 언어였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인가
밥상은 사라지고
손바닥만 한 바 하나가
아침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다.
마트에는 수십 가지 종류의 바가 나열돼 있다.
초콜릿 맛, 땅콩버터, 오트밀, 견과류…
심지어 비건용 바도 있다.
무엇을 골라야 할까.
진짜 내 몸에 좋은 건 뭘까.
너무 많고, 너무 화려해서
결정하는 것조차 피곤하다.
어른들은 늘 그러셨다.
“밥이 보약이여, 밥이 힘이여.”
그 말이
오늘따라 가슴에 콕 박힌다.
갑자기
된장찌개가 그리워졌다.
공무원 초년 시절,
퇴비 지원 출장으로 들렀던 어느 시골 마을.
일을 마친 뒤
이장님 댁에서 얻어먹은 점심상.
된장찌개 한 그릇과
텃밭에서 갓 따온 애호박볶음.
그것은
그 시절의 나에게 최고의 밥상이었다.
그날의 공기, 그 마루 끝 햇살,
그리고 땀에 젖은 몸에 스며들던 그 맛.
모두 기억난다.
그땐 몰랐다.
그 밥이
훗날 이토록 그리워질 줄은.
지금 나는 단백질을 계산하며
바를 고른다.
‘나이 들면 단백질이 필요하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한 손엔 바를 들고,
다른 손엔 영양성분표를 들여다본다.
하지만 묻고 싶다.
정말로 지금 내게 필요한 게 단백질일까.
아니면
밥 냄새, 된장찌개,
누군가 나를 위해 차려준 아침 한 끼의 마음일까.
오늘도 나는
네모난 포장을 뜯고,
커피 한 잔으로 바를 넘긴다.
하지만 내 마음은
언제나 그 시골 마을 마루 끝에 가 있다.
구수한 된장 냄새.
갓 볶은 애호박.
따뜻한 밥 한 술.
그날의 점심상이
이민자의 오늘 아침을 위로해준다.
밥에서 바까지,
그 사이에는
삶의 방식이 달라졌고,
입맛도, 리듬도 바뀌었지만
그리움만큼은
여전히 밥 냄새를 따라
따뜻한 곳으로 향하고 있다.
* 이 글은 「The Morning: A Protein Boom」(뉴욕타임스, 2025.07.26)을 읽고 시작된 단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