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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새 Nov 19. 2023

나를 가꾸는 연습이 즐거운 사람

21 avril, 2023


외국에서 10개월 째 혼자 살면서 

나는 이 생활이 지겹지도 않고 어떻게 늘 재밌을까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나는 '나를 가꾸는 연습'이 즐거운 듯 하다.

어떻게 하면 오늘 하루 나를 만족시킬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실현해나가는 순간이 모여

나의 가치를 스스로 올리는 느낌을 누적한다


가족과 친구의 품을 떠나

침묵을 견디는 방법을 배우고 

분노, 고립, 우울, 지루함이라는 감정의 깊이를 알게 되며

내가 어떤 향에, 맛에, 공간에, 분위기에 안정감을 느끼는지 

그 면적을 알고 울타리를 만들어가는 과정 


너를 위해 오늘 저녁은 기꺼이 김치를 아주 아낌없이 넣어 김치볶음밥을 한다

너를 위해 오늘은 자라에서 신상 원피스 한 벌을 허락한다

너를 위해 오늘은 아이스크림에 초코 토핑을 추가한다 

모든 사소한 다짐과 귀여운 행복들이 나에게 귀결됨을 알고

그 만족감을 신뢰할 수 있게 한다





보슬보슬 비가 내리는 파리에서의 어느 날 

문득 주위를 둘러보니 우산을 쓰고 있는 사람이 나 밖에 없어서

우산을 가방에 슬그머니 넣었다

머리카락이 젖고 코트가 젖었지만

집에 가서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코트는 라디에이터에 말리면 된다 그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아

몸도 마음도 그 기분 좋은 비에 적시기 위해서

눈을 감고 두 팔을 벌려 비 냄새를 흠뻑 맡았다

속눈썹 끝에 맺힌 물방울에 아른거리는 센 강의 노란 불빛

주황색 가스등 불빛이 그렇게 또 아름다워서 한 번 더 반하게 되는 이 도시에 

발을 딛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가슴이 밝은 빛으로 차오른다


누군가가 매일 밤 잘자라고 말해주지 않아도 나는 좋은 꿈을 꿀 수 있고 

누군가가 밥을 차려주지 않아도 나는 매일 원하는 음식을 해먹을 수 있다

모든 걸 직접 만져보고 들어보고 높이를 재보고 무게를 달아봐야지만 성에 차는 성격에

나를 100퍼센트 만족시키기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말이다

그런 작은 기쁨을 모아 오늘을 또한 살아가도록 



발랄하지는 않지만 맑고

사랑스럽진 않지만 사랑을 말하고, 쓸 줄 알고

분위기메이커는 아니지만 가끔 웃긴 농담을 던지고 

예쁘지는 않지만 잘 웃는다


배움, 기쁨, 즐거움, 베풂, 배려, 사랑, 선택, 포기, 자유, 환희와 같은 

만질 수 없고 가격을 매길 수 없는 가치들을 배워나가며 

남의 눈높이에 나를 조정하지 않고

내 눈높이를 내가 지혜롭게 설정할 줄 아는 방법을 

타인의 슬기를 참고하며, 나의 경험으로 근거를 만들어나가며 구축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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