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안

by 유별


노안이 온 것 같다. 안경 써 본 일 없었고 여성용 화장품의 깨알같은 성분표시나 제조일자를 뚜렸하게 읽어왔다.

별안간 글씨가 흐릿해졌다. 눈을 살짝 찌푸리고 안내문을 멀찍이 떨어뜨리고서야 제대로 읽혔다. 그동안 밤운전도 거뜬했는데 지금은 날이 좀 흐리거나 어둑해지면 바깥 풍경이 아렴풋하다.


원래 집에서도 불을 잘 켜지않는다. 굳이 필요하다면 간접조명으로 대신하는 편이다. 분위기도 분위기지만 집이 너무 환하고 뚜렷하게 보이는 건 왠지 피곤하다. 굳이 얼룩이나 티끌을 찾아내서 일을 만드는 꼴이다. 적당히 넘기거나 차리리 모르는 편이 훨씬 이득이다. 아는 것이 오히려 독일 때가 있다.


이제부터 경치도 사람도 살짝 뿌옇게 보여서 흠 잡을 일이 덜할테니 내겐 노안이 온 게,

아주 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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