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추
부추
양배추
당귀
방풍
케일
다시 한번 불러볼게요.
상추, 부추, 양배추, 당귀, 방풍, 케일.
그리고
깻잎, 쑥갓.
깻잎, 쑥갓!
이름을 부르고 나니 텃밭에 쪼그려 앉은 모종들이 “네”하며 고개를 치켜들 것 같아요.
혹시 군침이 도는 분도 계신가요?
연일 퍼부은 비에 어린잎들이 제법 채소의 면모를 갖추었어요. 비가 내려야만 비로소 성숙해져요.
식물을 심고 키운다고 생각했어요. 돌이켜 보니 자라는 거 더라고요. 전, 그저 궁금할 때 들러서 잎을 어루만지거나 잡초를 뽑은 뒤 흡족한 미소로 돌아서는 게 전부였어요. 나름 유세를 떨만한 거라곤 케일에 집착하는 애벌레를 멀리 쫓아버린 일이랄까요. 땡볕도 빗줄기도 바람도 작물들이 감당할 몫이었어요. 들이닥치는 고난 속에서 극복하는 법을 배운 걸까요. 뿌리를 둘러메고 이사를 갈 수도 없으니 순응하는 법부터 터득했을까요. 제가 손대지 않음으로써 되려 결실을 부추기게 되었어요.
아이도 열심히 키우고 있다 여겼어요. 아닌 것 같아요. 어른이 지시하지 않아도 이미 아이들은 스스로 빛을 발견하고 그곳을 향해 나아가요. 양분을 흡수해서 무럭무럭 자라나요. 확신해요. 애정을 품되 아이를 어깨너머에서 바라봐 주고 싶어요. 그렇게 다짐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