꺾인 가지
기나긴 겨울이었습니다. 먹구름이 몰려와 하늘을 가리더니 봄으로 가는 길목이 가로막혔습니다. 정전이 된 듯 어둠 뿐이었습니다.
곁에서 감돌던 바람은 돌변했습니다. 날이 선 칼끝이 나무들을 향해 돌진했습니다. 눈발까지 몰고 와 숨통을 짓눌렀고 산과 들을 활보하며 군락들을 파헤쳤습니다. 살을 에는 추위 속에서 나무는 서로 가지를 맞대고 하나처럼 움직였습니다. 세차게 휘몰아칠수록 이리 눕고 저리 누워 격렬하게 대항했습니다. 피고 지면서 지난한 날들을 견뎌왔건만 목숨이 뿌리째 흔들리는 건 순식간이었습니다. 놀라고 화나고 두렵고 서글픈 순간이 지나자 나무는 텅 빈 관이 되었습니다. 다시 햇살이 비칠지 막연했습니다. 맥이 풀렸습니다. 겁 없이 덤벼들었으나 속으로 앓던 가지 한쪽이 뚝 꺾이고 말았습니다.
꺾이고서야 땅을 바라보았습니다. 그 아래 펼쳐진 세상은 여전히 굳건했습니다.
‘살아보자 견디고 이겨내 바로잡자. 다시는 바람의 포악질을 두고 보지 않을 테다. 칼날을 함부로 휘두르지 못하도록 견고해지리라. 도끼로 찍어보라지. 시작이 끝이되더라도 꽃망울 터트릴테니. 이 꿈결같고도 지독한 아름다움에 압도될 것이다. 머무르는 동안 생명들이 날아와 앉도록 팔뚝 내어줘야지. 그들이 내딛는 길 위에 고운 꽃잎 펼쳐줘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