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서 뭘 할 것인지 상상하는 즐거움이 실제 여행보다 좋네요(D-240)
저는 국내던 해외이던 어디론가 떠나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렇다고 여행 마니아는 아닙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여행 전에 "어디를 갈지, 무엇을 할지, 어느 곳을 볼지,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할지" 등의 일정을 짜는 시간이 설레고 즐겁습니다.
그런데 막상 여행지에 도착하면, 짜인 일정에 맞춰 움직이느라 스트레스도 받고 몸도 피곤합니다.
만족도 측면에서는 여행 전이 여행 후 보다 더 높다는 게 저나 아내의 생각이지요.
여행 가기 전의 설렘...
그런데 이번엔 좀 먼 설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정년퇴직 휴가
감사하게도 회사에서 정년퇴직 대상자에게 일정기간의 휴가를 주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휴가를 사용하라고 주어줘도 딱히 언제, 어디로 가야 할지 하는 생각이 별로 안 드네요.
그렇다고 회사에서 준비해 준 단체 해외여행에는 예전의 안 좋은 기억 때문에, 참석할 생각은 없습니다.
입사 20년 차에 단체 해외여행을 아내와 함께 홍콩으로 다녀온 적이 있는데, 여행 기간 내내 불편했던 기억이 납니다. 함께 한 직원들 중에 저만 직종이 다르다 보니 여행 와서 왕따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관광을 위한 이동을 할 때나 관광지 투어 중은 물론 식사나 저녁 술자리에도 보이지 않는 거리감이 있어서 인지, 저하고 아내만 빼고 모여서 이야기를 하니 같은 공간에 있기도 부담이 되더군요.
그래서 회사 내 단체여행 시 동기나 아는 사람이 없다면 다시 갈 생각은 추호도 안 하게 되었습니다.
크루즈여행?
제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크루즈여행인데, 가장 큰 걸림돌은 배 타는 자체를 싫어하는 아내입니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배에서 먹고 자며, 수 일간 망망대해를 이동하는 크루즈여행이니 오죽하겠습니까.
이런 아내를 설득하기 위해 항공모함보다 큰 크루스 선박의 안전성(항공모암 약 11만 톤 vs. 크루즈 선박 약 17만 톤), 여행에 대해 소개하는 다량의 인터넷 자료, 그리고 ○튜브 동영상을 통한 간접 체험 등을 통해 장점을 계속 설명한 결과 마침내 허락을 받았습니다.
자~ 이제부터 어디로 언제 어떤 크루즈여행을 갈 것인가 하는 게 주어진 과제가 되었네요.
하지만 저 역시 크루즈여행은 처음인지라 개별여행보다는 단체여행이 더 안전하고 편할 것 같아서, 여행사 사이트를 계속 찾아보니 적당한 여행상품 하나가 눈에 띄었습니다.
바로 '싱가포르 동남아 크루즈 7일'이라는 상품인데, 싱가포르까지는 비행기로 이동하고 이후에는 크루즈선박으로 말레이시아 '페낭'과 태국의 '푸껫'을 하루씩 들리는 코스입니다. 좀 특이한 것은 비록 인솔자가 있기는 한데 일반 단체여행과는 달리 배 안에서는 개별 활동이 가능하고, 각 기항지에 도착해도 선택관광을 하던 자유관광을 하던 상관없다고 하니 '반은 단체여행, 반은 개별여행'이라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아내에게 제가 선택한 크루즈여행 상품을 알려준 후, 시간이 되면 한번 더 보고 예약을 하자고 했습니다. 아내의 성격 상 분명히 여행사에 추가 문의를 해서 이것저것 확인을 하는 절차가 필요하니, 무조건 예약하자고 하면 싫어하거던요. 한편으로는 지난번에 봤었던 올 상반기 상품은 이미 매진이 되었고, 가장 빠른 것도 10월 중순으로 나와 있으니 좀 걱정이 되기는 했습니다. 그런데 퇴근 후 집에 갔더니 아내가 10월 중순 여행을 예약하였다고 합니다.
보통 여러 번 고민하고 결정하는 스타일인데, 아내가 생각보다 빠르게 예약을 해서 좀 의외였습니다.
내막을 알고 보니 여행사에 문의할 것이 있어서 전화를 여러 번 했는데 연결이 안 되었고, 한번 더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예약 가능인원이 딱 2명이라고 나와있어 일단 급하게 예약을 했다고 합니다.
그럼 그렇지... 여하간 예약이 되었으니 다행이네요.
제 짧은 생각으로는 한국에서 출발하는 크루즈여행 상품도 별로 없고, 가격도 좀 비싸고, 아직 대중화도 잘 안 된걸로만 생각했는데 그렇지가 않은 모양입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많은 분들이 관심도 가지고 있고, 실제 여행을 다녀온 분도 많은 것 같네요.
여행 준비를 하려면 아직 5개월이나 남았으니, 여행의 설렘은 크지 않습니다. 예전 같으면 여행 날짜가 어서 오기를 기다렸는데, 이번 정년퇴직 여행 날짜는 빨리 오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도 듭니다. 10월 중순이면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해야 한다는 말년이 되니까요.
그래도 이번 크루즈여행을 검색하고 예약하면서 보니, 여행에 대한 설렘은 여전한 것 같습니다.
과연 처음 시도하는 크루즈여행에서는 어떤 즐거운 일이 생길지 자못 기대가 되네요.
오늘도 펭귄의 짧디 짧은 다리로 달리고 달리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