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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문화' 평가 정확한가요?

이상한 나라의 팀장 22, 개선이 잘 안 되는 항목은 생각의 전환이 필요

많은 회사들이 명칭은 다르겠지만, 매년 '조직문화'에 대해 평가를 시행하고 있지 않을까 하네요.

저희 회사도 매년 팀, 실, 사업부, 본부 단위에 대한 조직문화를 평가하고, 이를 통해 개선이 필요한 항목이 무엇인지 파악한 후, 다음 연도에 이를 중점적으로 개선하고자 노력하는 방식으로 활용을 하고 있습니다.


평가 결과에 따라~

보통 이전 연도 9~10월에 평가를 하고 외부기관에서 분석을 한 후 해당 조직에 알려주는 때가 3~4월이니, 이때쯤 되면 조직을 맡고 있는 보직자들에게는 참 불편한 시즌이기도 합니다.


많이 안 좋은(흔히 말하는 하위권) 팀장이나 실장의 경우 인사로부터 일종의 경고를 받기도 하는데, 당장은 문제가 없더라도 향후 승진 등에 불이익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최하위권일 경우 바로 면직되는 경우도 있는데, 제 후배 팀장이 그런 경우에 해당이 되었으니 드물기는 해도 없지는 않네요.


개선 사례는 찾아야 맛이지요!

제가 맡았던 팀과 실은 상당히 좋은 점수를 받다 보니, 개선할 항목을 발굴하기가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 전사 평균이나 본부 평균이 70점 대인데, 저희 실과 팀의 점수는 85점이니 소위 말하는 '넘사벽'입니다.


그래도 평가를 한 외부업체나 인사팀 입장에서는 한 두 가지 정도는 찾아서, 개선 활동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개 중에 낮은 점수를 받은 항목을 어쩔 수 없이 선정은 했습니다.


그런데 이 선정 항목이 의외로 개선이 안 되는 항목이었습니다.

이 항목은 매년 전체 팀·실 평균 점수에서 낮은 점수를 받고 있는 '정보 공유의 미흡'이라는 것입니다.

단순히 생각하면 팀이나 실에서 발생하는 업무 또는 회사 정책 등에 대한 정보를, 모든 직원에게 잘 설명하면서 전달하면 쉽게 점수가 향상될 것이라 생각을 했는데 생각과 달리 안 되더라고요.


실시했던 방법은?

선정된 '정보 공유의 미흡'을 개선하기 위해 실시했던 사항은 이랬습니다.


1. 매 분기 실시하는 팀·실 공유회에서 각자의 업무를 소개하고, 사업계획 하에 수행되는 업무의 진척사항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렇게 하면 서로의 업무를 조금이나마 이해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2. 윗분에게 보고를 마친 경우, 그 보고서의 내용을 요약하여 설명하는 메일을 수시로 전체 팀·실원에게 공유하였습니다. 우리 조직이 나아가는 업무 방향과 윗분이 관심 있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도록 했습니다.


3. 회사의 사업목표, 향후 전략 및 임원급 회의 등에서 나온 사항 중 보안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를 정리하여 메일로 전체 팀·실원에게 공유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현재 회사의 향후 움직임에 대해 알려주고자 했습니다.


4. 우리 업무와 유사한 내용이 있다면(영문일 경우 번역을 해서) 이를 정리하여 메일로 전체 팀·실원에게 공유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글로벌 경쟁사들의 동향도 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입니다.


5. 기타 조직 내에서 알면 좋은 사항이나 팀·실원의 주요한 변경사항(전출이나 진급 등)이 있으면, 미리 공유하여 남들로부터 들어서 생길 수 있는 불필요한 루머의 발생도 사전에 막을 수 있도록 조치도 했습니다.


이렇게 하다 보니 일부 직원은 '정보의 홍수'라는 표현도 쓰더군요.

그렇다면 넘쳐나는 정보를 제공하여 주었으니, 다음 조직문화 평가에서는 '정보 공유의 미흡'은 분명히 좋은 점수를 받을 것이라 확신했습니다.


그 결과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점수가 향상되기보다는 1~2점 정도가 하락되는 상황이 반복되었습니다.

더 이상의 방법을 찾을 수가 없어서 인사팀에 부탁하여, 다른 팀 또는 실에서 '정보 공유의 미흡'과 관련하여 시행하였던 개선활동에 대한 자료를 받았습니다.


받아서 보니 저희가 하고 있는 이상의 활동은 보이지가 않았습니다.

저랑 같이 조직문화 개선활동을 수행하고 있는 직원들과 따로 모여 한참을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모두들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었고, 추가적인 개선책을 찾는 것이 의미가 있는 시도인지도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렇게 시간이 흘러서 다시 4월이 왔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개선해야 할 항목에 '정보 공유의 미흡'이 또 보입니다.

고구마 10개를 마실 것 없이 먹은 거처럼 답답한 상황이네요.

고구마먹는 춘식이.png [고구마 10개 먹은 춘식 펭귄]


혹시 잘 못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팀·실장을 도합 9년 정도 하면서는 생각하지 못한 것이 하나 떠오르더라고요.

혹시 거꾸로 봐야 하는 것은 아닐지 하는 것입니다.


'정보 공유의 미흡'이라고 하는 것이 "남의 업무에 대해 더 알고 싶다"던가, "주요한 정책이나 글로벌 동향에 대한 정보를 받아 볼 수 있으면 좋겠다"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맡았던 조직은 진취적이거나 미래 지향적인 사람들이 모인 조직은 아닙니다.

일부를 제외하면 각자의 일을 문제없이 수행하면 되는 그런 업무가 주류를 이룹니다.

그러니 다른 사람의 업무에 대해 관심이 그리 크지도 않을뿐더러 피곤한데 더 알려고 하지도 않지요.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정보 공유의 미흡'을 어떤 생각을 가지고 점수를 매겼을지가 궁금해집니다.



혹시 자신의 일을 남들이 더 알아달라는 의미는 아닐는지요?

나도 이렇게 내 할 일을 잘하고 있는데, 이런 것에는 관심을 안 주는 조직이나 조직장에 대한 불만은 아닐는지요?


내가 하는 일을 적극적으로 알릴 수 없는 일은 참 많이 있습니다.

남들처럼 매일 맛있는 식빵(보고서)을 구워서, 윗분에서 보고하면서 칭찬을 받는 직원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냥 묵묵하게 자신의 일을 하는 직원들이 대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그런 직원들 입장에서는 나도 회사를 위해 일을 하고 있음을 공유해 달라는 의미는 아닐까요.


'나무만 보지 말고 숲은 봐라!'라는 명언이 있습니다.

나무와 숲.png

어떤 것을 보거나 어떠한 행동을 할 때, 시야를 넓혀 관찰력과 통찰력을 가져야 합니다.

작은 것에 집중하지 말고, 보다 크게 생각하라는 것입니다.

작은 것에 몰입하여 큰 것을 놓치는 우(愚)를 범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이제 보직에서 내려와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니 생각의 범위가 넓어진 것 같습니다.

현업에 집중할 때는 당장 눈에 보이는 것만 처리하면 될 것 같다는 생각에 다른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나이가 들면 총명함은 서서히 잃어갈지 모르겠지만, 통찰력은 더 커지는 것 같습니다.


오늘도 펭귄의 짧디 짧은 다리로 달리고 달리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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