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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6주 차, 드디어 시작된 입덧

준비된 스마트 할부지 3

딸아이가 병원에서 아기집 초음파 검사를 하기 전부터 속이 좀 이상하다고 했습니다. 마치 하루종일 체한 느낌이라고 하면서 입덧이 시작된 것 같다고 하네요.


입덧(morning sickness) 시작


인터넷을 보니 임산부의 80%가 4~7주 사이에 입덧이 시작되고, 11~13주에 가장 심하며, 대부분 14~16주까지 지속이 된다고 합니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내 건강정보에도 입덧(morning sickness)에 관한 설명이 잘 되어 있더라고요.

차멀미(carsickness), 뱃멀미(seasickness) 그리고 비행기멀미(airsickness)는 들어봤는데 입덧이 영어로 morning sickness라는 것은 처음 알았습니다. 주로 오전에 많이 나타나는 증상이라 이런 단어가 붙어졌다고 하네요.


얼마 전 흑백요리사에서 나온 한 요리사의 밀키트를 왕창 사서 냉장고에 재워놓았는데, 이제는 쳐다보거나 생각만 해도 토할 것 같다고 합니다. 누우면 체한 것 같고 울렁거려서 밤에 잠도 잘 못 잔다고 하네요. 뭐라도 먹어야 할 것 같아서 물어보니 하필 '초밥'이라고 합니다. 임신 때는 날 것(회나 육회 등)과 같이 익히지 않은 음식을 먹지 말라고 하는데, 먹은 후 장염 등의 증상이 생겼을 때 일반적인 약 등으로는 적극적 대처가 어렵다는 이유라고 합니다. 일반인도 익히지 않은 음식을 먹고 탈이 날 수는 있지만, 병원에서 쉽게 처방을 받고 나을 수 있는 것에 비해 임산부는 산모와 태아에게 영향을 미치는 약품이 많아서 그럴 거라 생각이 드네요.


신 것이 좋아요

저도 예전에 아내로부터 들었던 것이 입덧할 때에는 신 것이 그나마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고 하더라고요. 딸아이도 비슷한 모양입니다. 뜬금없이 시큼한 과일사탕을 먹거나 아무 맛도 안나는 밋밋한 맛의 크래커는 먹을 수 있다고 하네요. 그래서 지난번 사위를 길에서 우연히 마주쳤을 때 보니, 봉지에 한 움큼 밋밋한 맛의 크래커를 사가지고 가더라고요.


저녁 무렵에 아내와 딸아이가 같이 인근 대형마트에 갔는데 눈에 띈 것이 '자몽'이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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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맛나는 캔디와 자몽]

저도 먹어봤지만 달기보다는 신맛과 쓴맛이 더 강한 과일인데 갑자기 그게 당겼던 모양입니다. 두 개를 급하게 사서 먹었는데 너무 써서 못 먹겠다고 하네요. 좀 자극적인 김치찌개나 가락국수국물 같은 것이 당긴다고 해서 사다 주면 잘 먹다가도 다음 날에는 못 먹겠다고 하고, 입맛이 수시로 변해서 뭐든지 조금씩만 사다 먹던가 해야 할 것 같네요.

그러고 보니 저희 아내도 임신 때 갑자기 수박이 먹고 싶다고 해서, 엄동설한에 차 타고 왕복 두 시간 거리에 있는 청과물센터에서 겨우 하나를 구해가지고 왔더니, 한 입 먹고 맛없다고 안 먹겠다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이야 대형마트가 군데군데 있지만 30년 전에는 몇 군데 없었고, 그마저도 지금과는 규모가 비교가 안될 정도로 작아서 제철과일이 아닌 경우 구하기가 어려웠던 기억이 나네요.


입덧 감소시키는 약물

임신 후 계속 입덧을 하더니 점점 증상이 심해져, 하루는 밤새 한숨도 못 자고 헛구역질과 구토를 한 것 같습니다. 증상이 너무 심해서 딸아이와 사위가 새벽부터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고, 입덧을 감소시키는 약을 받았다고 합니다. 임신 중에도 먹을 수 있는 안전하고 효과가 인증된 약물이 있어서 다행입니다. 약을 먹으니 구토증상이 많이 완화되어서 조금씩 먹고, 움직일 수 있어서 겨우 출근은 했다고 하네요. 퇴근 시간에 맞춰 딸아이를 우리 집으로 데리고 왔는데, 그나마 약 기운인지 좀 견딜만하다고 하니 다행이다 싶은 생각이 듭니다.



집에 도착하니 아내가 뭔가를 열심히 만들고 있습니다. 생강, 배 그리고 대추를 푹 과서 생강차를 만든다고 하네요. 온 집안에 생강 냄새가 진동을 하고, 생강 껍질이 잔뜩 쌓여 있는 것을 보니 어지간히 많이 산 모양입니다. 자료를 찾아보니 생강을 먹을 경우 구역(속이 메슥거리면서 토할 것 같은 불쾌한 느낌)이 좀 나아졌다는 연구 보고가 있다고 합니다. 푹 곤 내용물을 꽉 짜서 즙을 모아보니 딸기잼 한 병 정도 분량이 겨우 되네요. 노동의 대가에 비해 결실이 너무 적습니다. 그래도 잘 마시고 속이 좀 괜찮아진다고 하면 한번 더 해야 될 것 같습니다.


※ 내용은 딸아이의 임신 정보를 기반으로 작성하였으나, 일부 의학 관련 사항은 인터넷을 참고하였습니다.


오늘도 펭귄의 짧디 짧은 다리로 달리고 달리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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