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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퇴직 후 어떻게 사시는지 궁금했습니다

먼저 퇴직하신 분들은 뭐 하고 계신지 만나봤네요(D-181)

요즘은 혈당관리를 위해 웬만하면 술은 거의 마시지 않는 '극도의 절주 생활'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기분이 좋아서 한 잔, 기분이 나빠서 한 잔'과 같이 마구잡이로 먹었더니, 혈압뿐 아니라 혈당에도 문제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최근 1년 간 음식조절(술도 포함)도 하고 운동도 열심히 해서, 그나마 좋아지기는 했으니 다소 마음이 놓입니다. 퇴직 후 몸이라도 건강해야겠지요. 그래도 완전한 단주는 못해서, 집에서 맥주 한 잔 정도만 한 달에 1~2번 정도 할 정도로 많이 줄였습니다.


모처럼의 만남

이제 퇴직하신 지 반년 되신 퇴직 선배를 만났습니다.

원래는 퇴직 한 두 달 전에 저녁이라도 한 끼 하려고 했는데, 의외로 바쁘다고 하셔서 미루다 미루다, 겨우 퇴직 후 만남을 갖게 된 것이지요. 막상 퇴직 때가 되니 '퇴직금의 정산, 메일 주소 변경, 사람 및 서랍정리' 등 이것저것 정리할 일이 제법 많다고 하더군요. 곰곰이 생각해 보니 맞는 것 같습니다. 저도 남은 기간 동안 미리미리 준비를 해놔야 마지막이 편할 것 같습니다.


오늘 만남의 장소로는 예전에 자주 들렸던 금정역 앞 파전집으로 정했습니다.

술이 나오기 전 어떻게 지내냐고 물어보니, "아직은 실감도 안 나고 그냥 휴가를 내고 집에서 쉬고 있는 기분"이라고 하네요. 아마 저라도 비슷한 심정일 것 같습니다.

다시 취직할 생각이 있냐고 물어보니, 선배는 "38년 정도 회사생활을 했으니, 이제는 그냥 쉬고 싶다"라고 하네요. 현재 상태로써는 다시 직장생활을 한다는 생각조차 지겹다고 합니다.

제가 뵈었던 정년퇴직하신 선배들의 공통된 의견은 비슷하더라고요.

"이제는 좀 쉬고 싶다"라고요.


습관을 바꾸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오랜 직장생활로 인해 몸에 밴 습관이 있어서 그런지, 6시에 일어나 7시에 인근 도서관으로 간다고 합니다. 거기서 책도 보고 인터넷도 보면서 오전시간을 보낸 후, 점심을 먹고 오후 4~5시쯤 집으로 돌아온다고 하네요. 어찌 보면 회사에서 생활하는 것이랑 별반 차이가 없는 하루 일정이라고 보입니다. 이렇게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집에 계속 있는 것이 불편하고, 본인도 적응이 잘 안 된다는 것이지요.


퇴직한 선배들과 현업에 있는 직원들이 소소히 모이는 모임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가까운 사람들 3~4명 정도가 모여서 옛날이야기도 하고, 미래에 대한 이야기도 하는 모임으로 시작했습니다. 몇 차례 모이면서 서로 가까운 사람들을 한 두 명씩 참석시키다 보니, 어느덧 10여 명이 넘기 시작합니다. 이러니까 한번 모일 때 일정 잡기도 힘들고, 장소 마련도 만만치 않더라고요.


거기서 먼저 퇴직하신 선배를 만나 물어보니, 별 일 없이 소소하게 지내시는 분도 계시고 벌써 직장을 구해서 일하시는 분도 계시네요.

- A선배(퇴직 3년 차)는 부동산중개사 자격증을 따신 후, 부동산중계소에서 일하시다가 경기가 안 좋아서 그만두었답니다. 그 후에 회사 때 알던 미디어업체에서 제의가 들어와, 지금은 도와주는 식으로 일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 B선배(퇴직 3년 차)는 지인의 소개로 갖 시작한 건설기계 업체에 취직하셨는데, 업체가 적자 상태인지라 더 이상 있는 게 가시방석이라 그만두었다고 하네요.
- C선배(퇴직 3년 차)는 예전부터 꿈이었던 '할○ 데이비슨' 오토바이를 중고로 구입한 후, 열심히 배우고 라이딩도 즐기고 있다고 합니다. 지인의 소개로 최종 합격하였으나 본인이 사양했다고 합니다.
- D선배(퇴직 1년 차)는 특별한 일은 없는데 그냥 바쁘다고 합니다. 전에는 남들이 대신해 주었던 부모님 병간호라던가 간단한 집안일들로 인해, '백수가 과로사한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바쁘게 보낸다고 하네요.
- E선배(퇴직 1년 차)는 열심히 여행을 다니고 있는데 이번에는 히말라야 해발 5,000m 봉우리를 올랐다고 합니다. 그리고 다음번 여행지도 정해서 곧 나갈 예정이라고 하네요.
- D선배(퇴직 3년 차)는 퇴직 전 취득한 전기기사자격증으로 빌딩 관리소에서 3교대로 근무하고 있다고 합니다.



퇴직 선배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것 중 하나가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자"는 것이네요.

정년퇴직을 하다 보니 대충 35년 이상, 직장에서 일을 했을 겁니다. 그러니 당장 뭔가를 다시 하는 게 아직은 꺼려지고, 생각하는 것조차 지겹다고 합니다. 그래서 쉬고 있는 현재, 불안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편안한 마음으로 지내려고 노력하고 있다네요.

물론 다들 "언제까지 갈지 모르겠지만..."이라는 말은 끝에 꼭 붙이더군요.


저도 당장 퇴직 후 뭘 할 것인지 생각해보지 않고 있습니다.

그냥 시간을 흘려보낸다는 생각이 좀 부담이지만, 당장은 이렇게 생각하고 글 쓰는 일만 하고 싶네요.

아마 저도 퇴직 후 도서관으로 가서 책도 보고 글도 쓰면서 하루를 보내지 않을까 합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저 대신 남이 해주었던 여러 가지 일들도 하고요.


오늘도 펭귄의 짧디 짧은 다리로 달리고 달리고 ~

달리는 펭귄 1.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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